93화
93화
Episode 19. 특이점
도깨비의 감투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비형이 성좌들을 관리하는 틈을 타서 테이블에 흩어져 있던 서류 몇 개를 들춰 보았다.
[특이점 동향 보고서]
······특이점?
호기심에 발견한 서류를 두서너 장 넘기는 순간, 서류는 가루처럼 소멸했다. 아마 진짜 서류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구성된 데이터베이스인 듯했다.
비형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너 뭐해?
―아냐, 아무것도.
테이블 위에서 흩날리는 가루들을 보며, 비형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야, 우리 괜찮을까?
―왜? 이제 와서 후회되냐?
―그게······ 그렇잖아. 이런 식으로 들어온 성좌들은 금방 빠져나간단 말이야.
빠져나간 성좌들은 다시 도쿄 돔 채널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독각의 보복은 시작되겠지.
하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다.
―게다가 너 아까 거짓말까지 하던데, 대체 어쩌려고 그래? 진짜 구독좌 1만 넘으면 어쩌게? 벌써 5천 넘긴 상황이라고.
내가 말없이 어깨를 으쓱하자, 비형의 닦달이 이어졌다.
―너 나랑 계약서 쓸 때 ‘배후성’ 안 고르는 게 조건이었잖아? 아무리 임기응변이라도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한 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뭣하면 네가 계약 파기해주면 되잖아.
―그건 안 돼.
―자식이······ 난 너 때문에 목숨까지 걸었는데 넌 안 된다 이거냐?
비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건······.
하긴, 기대하는 내가 바보지.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걱정마라.
―······진짜?
―그래, 그러니까 아이템이나 줘. 독각 없으니까 이제 수여 권한도 너한테 넘어갔을 거 아냐?
―아, 맞다.
비형이 뒤늦게 시스템을 조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허공에서 백색의 코트가 나풀거리며 내려왔다. 깔끔하게 빠진 디자인이, 전투는 물론이거니와 멋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게 느껴졌다. 나는 코트를 받아 안주머니부터 확인했다.
[‘무한 차원의 아공간 코트’의 특수 옵션, ‘아공간’이 활성화됩니다.]
이 코트의 장점은 [인벤토리] 스킬이 없어도 각종 아이템들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간평의]나 [용존], [동의보감], [마력 화로]등 가지고 다니기 귀찮은 아이템들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의 나에겐 딱 좋은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카탈로그랑 다르게 백색이네?”
[다른 색은 품절이거든.]
품절이라니. 그럼 이런 아이템이 몇 개나 있다는 건가?
[몰랐냐? 이거 양산품인거.]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나는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해 보았다.
+
<아이템 정보>
이름 : 무한 차원의 아공간 코트 ver.1.1 (made by 양산형 제작자)
등급 : SSS
설명 : 귀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코트. 양산형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SSS등급]이라는 불가사의한 판정을 받았다. 특성창을 활성화할 수 없는 특수한 귀환자들까지 배려하여, 코트의 안주머니에는 부가 옵션인 ‘아공간’이 활성화되어 있다. 물론 공간이 넓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
다시 봐도 의아하다.
아공간이 쓸만하긴 하지만, 이게 SSS등급이라고?
고대룡 이그니투스의 심장 같은 것도 SS등급인데······.
[······솔직히 제작자 입김이 좀 들어갔지. 힘이 센 성좌라서.]
납득은 간다.
하긴, ‘양산형 제작자’는 귀환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성좌니까······.
솔직히 등급이 조금 거품이긴 해도, 이 정도면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중에선 최상급이 틀림없다.
어쨌든 얻을 건 모두 얻었다.
[그만 돌아가자.]
비형이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의 정경이 일렁이며 바뀌기 시작했다.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나는 어느새 독각의 감투를 벗어나 지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본 한수영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야!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잠깐 뭐 좀 하느라.”
“······잘 해결됐어?”
가끔 한수영은 뭔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저런 식으로 말하는 버릇이 있다. 작가의 자존심인가?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새 옷이네? 젠장, 부럽다.”
그녀는 부러운 듯한 눈으로 내가 입은 코트를 바라보더니, 아직도 선 채로 기절해 있는 유중혁 쪽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유중혁이 입은 검은색 코트와 내 하얀색 코트를 번갈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근데 혹시 커플룩이냐?”
“······그냥 우연이야. 흔한 디자인이잖아.”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기뻐합니다.]
[성별 바꾸기를 좋아하는 한 성좌가 눈을 빛냅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독특한 성좌들이 많이 들어왔었지.
성별 바꾸기를 좋아하는 성좌는 또 뭐야?
‘멸살법’에 저런 녀석도 나왔었나?
조만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성별 바꾸기를 좋아하는 한 성좌를 견제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나는 유중혁의 상세를 살피기로 했다. 다행히 녀석의 회복은 순조로운 듯했다. 호흡은 안정되어 있었고, 갈라진 상처들은 아물고 있었다.
“빨리 뜨자. 이 자식 깨어나기 전에.”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기절한 유중혁. 이 녀석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
나는 한수영과 함께 강동구를 떠났다. 한수영의 아바타에게 맡겼던 유상아는 내가 대신 업었다. 탈진한 그녀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다.
아까 앤티누스와 싸웠던 격전지로 다시 가보았지만, 리카온은 찾지 못했다.
시신이 없는 걸 보면 분명 살아 있는 것 같긴 한데, 왜 내게 바로 오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재앙의 파편을 맞았으니, 분명 심한 상처를 입었을 텐데.
자꾸 뒤를 돌아보던 한수영이 물었다.
“근데 정말 저대로 두고 가도 돼?”
“괜찮아.”
“하지만 그 ‘독희’잖아. 믿을 수 있는 거야?”
기절한 유중혁은 독희 이설화에게 맡겼다.
“독희는 원래 나쁜 사람 아냐. 패러사이트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길잡이에게 감염되지 않은 여러 회차에서, 이설화는 ‘독희’가 아니라 ‘의선’으로 불렸다. 그리고 아마 이번 회차에서도, 그녀는 의선 이설화라 불리게 될 것이다.
―녀석을 데리고 개봉동 쪽으로 가보세요. 아마 거기 5603부대라고 군부대가 하나 있을 텐데, 들어가 보면 불쌍한 군인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으로 확인한 이현성의 위치를 알려준 것은 유중혁의 충고를 받아들여서였다.
모든 동료를 내 힘으로 성장시키려 했던 것은 내 오만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완독자든 뭐든, 결국 내 몸이 하나인 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는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지금의 이현성에게 알맞은 트레이너는 내가 아니라 유중혁일지도 모른다.
“배고프다. 저거 먹을까?”
나는 고층 빌딩을 휘감고 자라나는 중인 식물종 하나를 가리켰다.
[7급 괴수종, ‘야나스프레타’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거대한 해바라기의 눈이 이쪽을 바라보자, 한수영이 기겁하며 말했다.
“······저걸 먹자고?”
“먹을 거 없으니까 저거라도 먹어야지. ‘멸살법’에 따르면 저거 꽤 맛있어. 그리고 아직 성체가 아니라 사냥하기도 쉽고.”
“으······.”
한수영은 질색하는 얼굴이었지만, 이내 아바타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곧장 식물종의 줄기를 자르고, 달려드는 촉수들을 모두 베어냈다. 얼마 안 가 뿌리와 연결이 끊어진 야나스프레타가 눈을 감았다.
새삼, 나도 제법 강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새끼라지만, 7급 식물종을 이렇게 쉽게 처리할 정도는 된 것이다.
“한수영. 너도 먹을 거지?”
“······몰라.”
“그럼 요리 한다.”
나는 ‘멸살법’에서 본 대로 야나스프레타의 조리를 시작했다.
단단한 줄기의 껍질을 도려서 벗겨낸 다음, 주변의 식료품점에서 구해 온 허브 솔트를 조금 뿌렸다.
껍질 안쪽에는 제철의 게살을 연상시키는 연분홍빛의 속살이 꽉 차올라 있었다. 한수영의 눈이 반짝였다.
“이거 대체 뭐야? 식물 맞아?”
“맞아.”
“샐러드로 먹어도 되나?”
“당연히 안 되지. 구울 거야.”
나는 주변의 나무를 대충 꺾은 뒤, 잘라낸 야나스프레타의 줄기를 바비큐처럼 꽂아 [마력 화로] 위에 올렸다. 화로를 중불로 맞췄는데도, 7급 종이라 그런지 조리는 꽤 오래 걸렸다. 나는 줄기가 적당히 익었을 때 뒤집기를 몇 번 반복한 후, 추가로 허브솔트를 더 뿌렸다.
얼마간 시간이 더 지나자, 마치 고기를 구운 듯 고소한 냄새가 주변에 맴돌기 시작했다.
“야, 냄새 죽이네?”
“잠깐만, 그냥 먹으면 안 돼.”
나는 화로로 손을 뻗으려는 그녀를 만류하며, 옆에서 데우고 있던 찻잔을 건네주었다.
“이거 마시고 먹어.”
“뭔데?”
“줄기 진액 끓인 거야. 야나스프레타 줄기는 꼭 이걸 마시고 먹어야 해.”
한수영은 살짝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찻잔을 받아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표정은 감동으로 변했다. 진액을 모두 마신 한수영은 정신없이 줄기를 뜯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라 좀.”
“······장난 아니네 이거. 너 요리사 해도 되겠다.”
“멸망한 세계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네.”
볼에 한가득 음식을 채운 채 우물거리는 꼴이 꼭 다섯 살짜리 어린애 같아서 나는 쓰게 웃고 말았다.
[요리를 좋아하는 몇몇 성좌들이 당신의 요리를 궁금해합니다.]
[빠른 진행과 폭력을 좋아하는 몇몇 성좌들이 불평합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으스대며 지켜보기나 하라고 말합니다.]
다섯 번째 시나리오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불타는 지옥의 재앙’ 화룡종과, ‘질문의 재앙’ 명일상을 처치했으니 벌써 재앙은 두 개나 제압되었고, 전개는 순조로웠다.
곧 깨어난 유중혁은 이현성을 데리고 서쪽의 재앙을 공략하기 시작할 것이고, 북쪽은 ‘방랑자들의 왕’이 처리해줄 것이다.
이제 주의해야 할 것은 ‘중앙의 재앙’ 뿐.
나는 야나스프레타 꼬지 하나를 집어 들며, 여전히 기절해 있는 유상아 쪽을 돌아보았다.
“유상아 씨.”
착각일까.
분명 기절해 있었을 유상아의 입가가 움찔거렸다.
“정신 든 거 알아요. 와서 이거 같이 먹어요.”
“······.”
“안 일어나면 그냥 다 먹습니다.”
유상아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선가 꼬르륵, 하는 뱃소리가 들려왔다.
“주무시나 보네. 그럼 그냥 우리끼리 다 먹을게요. 아, 너무 맛있다.”
“······자, 잠깐만요!”
거의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유상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 유상아가 이 냄새를 맡고 그냥 누워 있을 리 없다.
낮에 그렇게 많은 체력을 소비했으니, 배가 고픈 게 당연하다.
나는 여전히 허겁지겁 볼을 부풀리고 있는 한수영 쪽을 일별했다.
“야. 넌 많이 먹었으면 일어나.”
“왜?”
“몰라서 묻냐?”
“······쳇. 사람 불편하게 하네. 알았어.”
아마 한수영도, 유상아가 진즉에 깨어난 것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상아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니 이 녀석도 참 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 한 바퀴 돌고 올게. 다 먹지 말고 몇 개 남겨 놔. 알겠지?”
투덜거린 한수영이 꼬치를 한가득 문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유상아가 천천히 다가왔다.
타닥, 타닥.
마력화로 위에 올려진 꼬치가 먹음직스런 소리를 냈다. 망설이는 유상아를 향해 나는 꼬치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제야 유상아가 그것을 받아 들었다. 한 입을 베어 물고, 또 한 입을 베어 물고.
그렇게 천천히 꼬치 하나를 다 먹은 유상아가 간신히 입을 떼었다.
“······맛있어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누가 지금의 그녀를 보며, 낮에 단도를 휘두르던 그 여자를 떠올릴까.
“천천히 먹어요.”
그럼에도 그녀의 허리에 꽂힌 두 자루의 단도는 낮에 본 그녀의 모습이 꿈이 아니었음을 증거하고 있었다.
멸망이 시작된 지 한 달.
새삼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유상아는 말없이 꼬치를 먹어 치웠고, 나도 그런 그녀를 보며 간간이 꼬치를 먹었다.
꼬치는, 역시나 빌어먹게도 맛있었다.
마치 이 세상의 맛이 아닌 것처럼······.
타오르는 마력 화로의 불길을 보며, 유상아가 중얼거렸다.
“······이거, 정말 현실일까요.”
“아마도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는 거겠죠?”
“그럴 겁니다.”
희미하게 떨리는 유상아의 손이 애처로웠다.
인간을 죽인 손.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앗아간 손이었다.
누군가의 피를 묻혔던 그 손으로, 이제 유상아는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녀의 어깨가 간헐적으로 들썩였다. 어떤 흐느낌도 새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마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유상아의 마음을 볼 수 없었으니까.
유상아는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흐른 눈물이 길바닥에 떨어졌고, 먹다 남은 꼬치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더 울었을까.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7급 식물종 ‘야나스프레타’의 줄기는, 진액을 마시지 않고 복용하면 강력한 수면 효과를 발휘한다.
나는 색색거리며 곯아떨어진 유상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건 유상아를 향한 말이었지만.
“그러니······.”
동시에 유상아를 향한 말이 아니기도 했다.
“슬슬 정체를 밝혔으면 좋겠는데, 어때?”
폐허가 된 도시에서, 드문드문 야생괴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내 혼잣말을 혼잣말로 만드는 침묵.
나는 유상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시치미를 떼시겠다 이거지?”
“······.”
“무슨 목적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나를 봐 왔다면 이제 알고 있을 텐데?”
[부러지지 않는 신념]이 어둠 속에서 새하얀 칼날을 드러냈다.
“나는 내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서라면, 무엇도 망설이지 않아.”
고요히 내민 칼날이, 유상아의 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그러니 빨리 입을 여는 편이 좋을 거야. 너희들의 소중한 화신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이제부터는 치킨 게임이었다.
잠시 기다리던 나는, 조금씩 그녀의 목에 칼날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칼날이 1센티미터쯤 그녀의 목을 파고들었고, 순식간에 맺힌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상아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당신의 정신 충격을 감쇄합니다.]
광풍과 함께 나는 유상아의 몸에서 튕겨져 나왔다.
고오오오!
심장을 저릿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존재감. 유상아의 몸에서 휘황한 광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나를 보는 유상아의 탈색된 동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동공 안에서 맴도는, 저 먼 성운(星雲)의 그림자가 있었다. 천둥이라도 치는 듯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터뜨릴 듯 울렸다.
[하찮은 인간이.]
나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씩 웃었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빌어먹을 올림포스(Olympos)의 성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