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76화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송민우가 코앞에 있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
최소 민첩이 40은 넘어야 이 정도 속도가 나올 텐데.
“너희들이냐?”
그르렁거리는 울음이 목소리에 배어 있었다.
이미 인외종으로의 변이가 완전히 끝난 녀석.
[6급 인외종, ‘낭인 송민우’가 ‘포식 위협 Lv.5’을 발동합니다!]
[인물 ‘한수영’이 ‘정신 방벽 Lv.3’을 발동합니다!]
[인물 ‘한수영’이 ‘포식 위협’의 효과를 일부 감쇄합니다.]
순식간에 쏘아진 녀석의 팔이 한수영의 멱살을 붙잡았다.
“컥······.”
아무리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라지만, 저 ‘한수영’이 단번에 제압당할 정도의 힘.
6급 인외종.
지금 상대하기엔 최악의 적이었다.
5급 화룡종을 상대했을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속성 싸움에서 압도적이었고, 거대 괴수종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둔하다는 것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송민우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 ‘코인 농장’을 부순 게 니들이냐고.”
질문이었음에도, 놈의 말투는 이미 확신조였다.
하얗게 드러난 송민우의 송곳니를 본 순간, 한수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씨발, 빨리 죽여 버려!”
나는 ‘신념의 칼날’을 발동했고, 한수영은 [아바타]를 사용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송민우의 강력한 킥이 들어왔다.
퍼어억!
막 생성되던 아바타의 머리가 터졌고, 나는 허공을 날고 있었다.
[6급 인외종, ‘낭인 송민우’가 ‘가속 Lv.5’을 발동 중입니다.]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송민우의 연타가 이어졌다.
머리, 어깨, 배.
부위를 가릴 것 없이 쏟아지는 맹공.
속에서 숨이 울컥 터졌다.
한수영의 목소리가 먹먹하니 메아리쳤다.
“김독자!”
······아니, 아무리 인외종이라도 이렇게 강할 리가 없는데?
피하는 것은 늦었다.
나는 황급히 종합 능력치를 올린 후 몸을 웅크렸다.
[체력에 16000코인을 투자했습니다.]
[체력 Lv.24 -> 체력 Lv.50]
[거인족 같은 맷집이 당신의 전신에 깃듭니다.]
고통이 급속도로 줄어들더니, 이내 버틸만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김독자? 어디서 듣던 이름인데······.”
송민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드 사이로 보이는 녀석의 얼굴.
그 순간, 무엇이 문제인지 알 것 같았다.
이 녀석이 강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나였다.
[‘포식 위협’의 효과로 당신의 전투 의지가 감소합니다.]
[‘포식 위협’의 효과로 당신의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말도 안 된다.
5급 화룡종의 위협도 극복해 낸 내가, 겨우 이런 놈한테?
그럴 리가 없다.
나한텐 [제4의 벽]이······.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에도 몇 번인가 이런 적이 있었다.
극장 던전에서 유중혁과 싸웠을 때, 그리고 1인칭 시점으로 유중혁에게 몰입했을 때······ 그런데 지금은 유중혁도 없는데, 어째서?
내 멱살을 붙든 송민우가 으르렁거리며 발톱을 세웠다.
“······생긴 게 낯익은데. 너 나 알지?”
―야, 김독자. 뭐하냐?
익숙한 목소리가, 같은 목소리 위에 겹쳐진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는 놈의 손목을 붙잡으며 대답했다.
“몰라.”
“그래? 나는 기억날 것 같은데.”
―그거 그만 쳐 읽고, 가서 빵 좀 사와라. 응?
[6급 인외종, ‘낭인 송민우’가 ‘기억력 강화 Lv.3’을 발동합니다.]
“난 널 알아.”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그렇구나.
이제야 [제4의 벽]이 어떤 스킬인지 알겠다.
송민우의 표정에 미소가 깃들었다.
“신기하네. 너 같은 찌질이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지? 매일 소설책이나 보던 새끼가.”
“······.”
“하하, 너 인마. 컴활 시간에 몰래 소설 보다가 나한테 뒤지게 처맞았던 그놈이지? 나 기억 안 나냐?”
기억한다.
당연히 기억한다.
한발 늦은 분노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나 송민우야. 동창 얼굴 정도는 기억해야지?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혹시 너 살아있을까 찾고 있었는데.”
17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내게 힘만 있다면, 눈앞의 이 녀석을 찢어 죽이고 싶다고.
송민우가 이죽거렸다.
“그때 네가 보던 소설 있잖아. 그거 어디 가야 볼 수 있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놈의 패거리에게 맞을 동안, 내 자리에 앉아 내가 읽던 소설 스크롤을 내리던 녀석의 모습.
······설마?
―하여간 오타쿠 새끼, 봐도 이딴 걸 보냐? 이런 게 재밌어?
우스운 일이다.
하필 그때 놈이 읽은 그 소설이······.
퍼어억!
녀석의 주먹이 그대로 내 배에 꽂히며, 내 몸이 허공을 날았다.
충격을 못 이긴 몸이 건물 외벽으로 움푹 박힌 것과 동시에, 한수영의 아바타가 송민우를 습격했다.
콰아아앙!
무너진 건물 외벽이 내 위로 떨어졌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4의 벽].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전용 스킬.
여전히 이 스킬의 기능 전체를 알진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다.
이 스킬은, 내가 이 세계를 ‘소설’로 인식하게 만든다.
사실 나도 이상하다 싶은 때가 종종 있었다.
현실에서의 내가 보일 수 없었던 판단력과 행동력.
마치, 외부에서 이 세계를 보는 듯한 침착함.
그것은 모두 [제4의 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씨발······ 너 지금 뭐하냐?”
화가 난 목소리.
돌 더미를 치우자, 분노한 한수영이 내 앞을 막고 있었다.
수십 개로 불어난 그녀의 아바타가 건물 통로를 끼고 송민우와 웨어 울프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분투하는 한수영의 코에서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얼굴에는 혈관이 불거져 있었다.
바닥을 치고 있던 마력을 쥐어 짜내 저런 힘을 내다니, 한수영이 대단하긴 대단하다.
“아깐 너만 믿고 있으라더니, 지금 뭘 자빠져 있는 거냐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능력치를 올리기 전에 맞은 뼈마디가 심하게 아려왔다. 실로 현실적인 고통이었다. 잊고 있었다. [제4의 벽]은 이런 고통의 완충 역할도 해주고 있었지.
[상당수의 성좌들이 뜻밖의 전개에 당황합니다.]
나는 고통을 참으며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자체 각성 이벤트 중이었어.”
“······뭐?”
“맨날 쉽게 이기면 무슨 재미가 있냐? 가끔 역경도 있어야지.”
“아하, 그래서 그렇게 쳐 맞고 늘어져 계셨다?”
“잠깐 생각 좀 한 거야.”
[상당수의 성좌들이 안심합니다.]
[제4의 벽]은 현실을 소설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스킬.
그런데 그게 흔들렸다면, 이유는 명백했다.
크아아아앙―!
나는 지금 저 송민우를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폭행하고, 내 10대를 비극으로 만들었던 그 빌어먹을 일진 새끼로.
“······혹시 저 새끼랑 아는 사이야?”
그래도 작가였다고, 눈치 하나는 빠른 여자다.
내가 노려보자, 멈칫하던 한수영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
“미안, 딱히 듣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그게 들리더라고······.”
거짓 간파까지 있는 녀석에게 숨기기도 뭐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래, 아는 사이야.”
“대충 짐작은 가는데······.”
“어릴 적에. 그냥 뻔한 트라우마야.”
“······뻔한 트라우마가 어딨냐? 트라우마는 다 심각한 거야.”
한수영이 질질 흐르는 코피를 뱉으며 말했다.
“퉷! 뭐가 문젠데? 이 누님이 각성시켜 줄 테니까 털어놔 봐. 원래 말 몇 마디 해주면 각성해서 존나 쎄지는 게 ‘멸살법’이잖아?”
“내가 이현성인 줄 아냐?”
결국 이 문제는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만약 내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인간을 만날 때마다 계속 [제4의 벽]이 흔들린다면, 앞으로 고생길은 훤한 거니까.
무엇보다 난 지금 28살이다.
고작 일진 때문에 쩔쩔매는 17살 고등학생이 아니라고.
[복수극을 좋아하는 한 성좌가 자신의 수식언을 밝힙니다.]
[성좌,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몇몇 성좌들이 동조합니다.]
[현상금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
<현상금 시나리오 – 트라우마 극복>
분류 : 서브
난이도 : C
클리어 조건 :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를 비롯한 몇몇 성좌들이 당신에게 현상금 시나리오를 의뢰합니다. 제한시간 내에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십시오.
제한시간 : 1시간
보상 : ???
실패 시 :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의 경멸.
+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라면, ‘멸살법’에서도 본 적 있는 성좌였다.
내가 알기로 이 녀석은 다른 세계의 성좌인데······ 하긴, ‘다섯 번째 시나리오’에서 나타날 놈들을 생각하면 슬슬 출현 빈도가 높아질 때도 됐지.
아무튼,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인 셈이다.
나는 한수영에게 사명대사의 거적을 던졌다.
“코피 닦고 뒤로 물러나 있어.”
“뭐?”
“이제 충분해.”
나는 한수영의 아바타들을 제치고, 웨어 울프 무리 속에 뛰어 들었다.
[민첩에 6000코인을 투자했습니다.]
[민첩 Lv.30 -> 민첩 Lv.40]
[바람 같은 기민함이 당신의 전신에 깃듭니다.]
[근력에 15500코인을 투자했습니다.]
[근력 Lv.25 -> 근력 Lv.50]
[당신의 근육이 괴물처럼 꿈틀거립니다.]
진작부터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얼마 전 ‘개연성 폭풍’ 한 번 맞았다고 너무 행동을 사리고 있었다.
기이이잉!
[‘부러지지 않는 신념’의 특수 옵션이 발동합니다.]
[에테르 속성이 ‘신성’으로 변환됩니다.]
크아아아앙―!
내가 질 이유가 없는 싸움이었다. [제4의 벽]이 무너져서 잠깐 판단력이 흐려졌을 뿐. 생각해 보면 나는 충분히 이 녀석들을 제압할 만한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여럿.
서거거걱!
칼날에 베인 웨어 울프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웨어 울프들은 어둠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신성 속성에는 취약할 수밖에.
더욱이, 이 녀석들은 ‘불살’의 패널티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언젠가 말했듯 인외종이란 곧 인간이 아니라는 뜻.
이 녀석들은, 동족이 아니다.
웨어 울프 무리 속에서, 나를 발견한 송민우의 얼굴이 보였다.
천천히 커지는 녀석의 눈동자.
숨을 몰아쉬던 한수영의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다.
“야! 괜찮겠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상황은 비슷했으니까.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흔들립니다.]
그래도 분명 아까와는 다르다.
“괜찮아, 각성 이벤트 끝났거든.”
나는 송민우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
크르르릉―!
몇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만약 여기서 [간평의]를 발동해 ‘육망성의 사냥꾼’ 같은 녀석을 호출한다면 승부는 쉽게 갈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싸워서야 트라우마가 극복될 리가 없다.
이번만큼은, 온전히 내 역량으로 싸워야만 한다.
[6급 인외종, ‘낭인 송민우’가 ‘가속 Lv.5’를 발동합니다.]
가속을 발동한 송민우의 몸이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였다.
분명 40남짓의 민첩일텐데도, 5레벨 가속의 효과로 본신의 속도가 껑충 뛴 모양이었다.
보법이 없는 나로서는, 역시 편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민첩에 7000코인을 투자했습니다.]
[민첩 Lv.40 -> 민첩 Lv.50]
[질풍 같은 신속함이 당신의 전신에 깃듭니다.]
스킬이 없으면, 스탯으로 때우면 된다.
나는 날아드는 녀석의 손톱을 가볍게 피하며, 검을 위로 올려쳤다.
“크아아악!”
잘려나간 녀석의 팔이 허공을 헛도는 동안, 나는 녀석의 다른 쪽 팔도 베어냈다. 당황한 녀석의 몸이 균형을 잃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녀석의 다리까지 마저 베어버렸다.
스가각!
순식간에 사지를 절단당한 송민우가 포효했다.
포효와 함께, 잘려나간 녀석의 팔다리가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웨어 울프의 특전인 [육체 재생]이었다.
그런데 저 정도 재생 속도면······ 이 자식, 누군가에게 ‘가호’를 받고 있나 본데?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성좌, ‘한발 늦은 시련의 극복자’가 당신의 행동에 주목합니다.]
현상금 시나리오의 목표는 놈을 죽이는 게 아니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 이렇게 쉽게 죽여서야 성좌가 만족할 리가 없지.
나는 ‘신념의 칼날’을 해제하고 대신 주먹을 들었다.
[근력에 8000코인을 투자했습니다.]
[근력 Lv.50 -> 근력 Lv.60]
[당신의 힘이 거인족들의 흥미를 끌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종합 능력치가 해당 시나리오의 제한 기준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나는 사지가 재생된 송민우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놈의 얼굴을 보자, 괜히 내 안의 ‘17살 김독자’가 위축되는 느낌이다.
가엾기도 하지.
지금부터 이 형님이 복수해 주마.
“민우야, 아까 내가 제대로 인사 못했지?”
“뭐······?”
“반갑다.”
나는 그대로 놈의 배를 후려쳤다.
“커허헉······!”
“근데 말이야. 나 그때 많이 아팠다.”
17살의 김독자가, 기억 속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얼마든지 봐라.
네가 생각했던 그 일진이, 어느 정도의 그릇인지.
“너도 양심이 있으면 인마. 동창 타령부터 할 게 아니라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한 손으로 놈을 붙든 채, 계속해서 주먹을 갈겼다.
흉부를. 배를. 얼굴을.
“소설 좀 읽는 게 뭐가 그렇게 잘못이었냐? 어? 내가 너한테 피해 줬냐?”
17살의 김독자를 대신해, 나는 놈을 때리고 또 때렸다.
“새끼, 책 사는데 돈이라도 좀 보태줬으면 몰라.”
무자비한 타격에 놈의 이빨이 부서졌고, 복근이 망가졌으며, 팔다리의 뼈가 부러졌다. 압도적인 폭행에 근처의 웨어 울프들은 으르렁대면서도 좀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포식 위협] 따위 쓰지 않아도, 공포 같은 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진짜 공포는 원래 차원이 다른 강함에서 비롯되는 법이니까.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송민우가 망가진 입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크, 크릉! 미, 미안, 미안하다······!”
“그래? 미안해?”
“크르릉, 그래! 정말, 정말 미안하다! 그, 그땐 내가 철이 없어서······.”
물론 그랬겠지.
안다.
철없는 시절의 악의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됐으니까.
하지만.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사과받으려고 때리는 거 아냐.”
이해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애초에 네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대체 무슨 소리를······.”
“일단, 트라우마 없어질 때까지만 좀 맞자.”
뭉개지는 송민우를 보며, 나는 모처럼 10대의 한철을 떠올렸다.
무력하고, 나약했고, 책밖에 몰랐던 나.
사실, 한수영의 말이 맞다.
세상에 뻔한 트라우마는 없다.
모든 트라우마는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것이고, 그러니 고작 이런 행동으로 내 트라우마가 완전히 없어질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악몽을 꿀 것이고, 17살의 김독자는 여전히 그 시간 속에 박제되어 비극을 반복하겠지.
그래도, 이것이 약간의 위안은 될지 모른다.
마치, 내가 그때 읽었던 ‘멸살법’이 그랬듯이.
28살 김독자가 휘두르는 이 주먹은, 17살의 김독자가 잠깐이나마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컥! 커헉! 그, 그만······ 그만······.”
그 시절의 ‘유중혁’이, 내게 그런 존재였던 것처럼.
“꺼어억······.”
그렇게 얼마나 더 때렸을까.
마침내, 송민우의 얼굴을 봐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 순간이 찾아왔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의 흔들림이 잦아듭니다.]
[현상금 시나리오의 클리어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