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화

482화 Episode 92. 마지막 시나리오 ‘대멸망 시나리오’가 끝난 후 이틀이 지났다. 그 이틀 동안, 미적거리던 98번 시나리오도 덤으로 종료되었다. [98번 시나리오 ― ‘후보 결정전’이 자동 종료되었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성운에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승리 횟수 : 1회] [현재 보상 내역을 점검 중입니다.] [‘대멸망 시나리오’의 클리어와 연계하여 보상 내역을 논의 중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성운들끼리 서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무려 ‘대멸망 시나리오’를 이겨냈다. 저 아득한 ‘이계의 신격’들과 싸우고, 지구를 지켜냈다. 그것도 단일 성운의 힘만으로. [상당수의 성좌들이 당신과 당신의 성운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성운 <김독자 컴퍼니>의 명성이 <스타 스트림> 전체에 널리 알려집니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모든 성좌들이 당신의 성운을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모든 성좌들이 당신의 ‘결’을 궁금해합니다.] 이제 이 <스타 스트림>에 우리를 모르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대표님! 김독자 대표님!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공단] 너머로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홀로그램 패널을 켜든 텔레비전을 켜든 어딜 가나 우리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포함한 모든 방송사가 실시간으로 [공단]의 앞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 공단원들을 인터뷰한 영상도 반복 송출되고 있었다. ―‘멸망의 심판자’님! 앞으로 <김독자 컴퍼니>의 계획은······. ―공석에선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한수영이나 그런 거 좋아하지 전 싫어요. ―정희원, 뒈질래? ······저 ‘뒈질래’만 벌써 몇 번을 들은 건지 모르겠다. ―김독자 컴퍼니의 실세, ‘흑염마황 한수영’. 알고 보니 멸망 이전에는 유명 작가였던 것으로 밝혀져······. [천재 작가의 통찰로 마지막 시나리오를 파훼한다!]라는 자막을 읽고 있자니, 새삼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정오의 태양’을 쓰러트릴 때 대표님께서 ‘신화급 성좌’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한국에도 전면으로 나서는 ‘신화급 성좌’가 생긴 겁니까? ―이번 전투의 마지막 영상을 두고 화신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대체 그 ‘이계의 신격’들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김독자 대표님은 왜 갑자기 금발이 되신 겁니까? 우리가 싸웠던 시간들은 <스타 스트림> 뿐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에 방송되었다. 유중혁이 ‘라’를 격퇴하던 모습부터, 999회차의 이계의 신격들이 만들어 낸 용암 해일에 맞서는 장면까지.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자랑스러워합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콧대를 세웁니다.] [성좌, ‘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입술을 실룩입니다.] 그리고 꼭 그런 장면의 뒤에는, 인터뷰가 하나씩 따라붙었다. ―내가 말이야, 그 친구 회사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는 거지. 응? 대체 어떤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1등으로 칼퇴를······. ······한명오 부장, 내가 분명히 인터뷰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싱글벙글 웃는 한명오는 왼손으로 딸아이의 손을 꼭 붙들고 있었다. 다행히 무사히 딸을 구해낸 모양이었다. ―그냥 평범한 친구였어요. 음, 왜 그런 애들 있잖아요. 어느 반에나 한 명씩 꼭 있는 친구. 시간이 지나며 내 동창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구나, 싶었다. 이젠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착하고, 조용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하고······. 딱히 틀린 설명이 아니었지만, 맞는 설명도 아니었다. 세상에는 편리한 단어들이 있고, 편리하기에 무엇도 설명하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한참이나 뻔한 말을 떠들어 대던 동창은 카메라가 부담스러웠는지 말을 더듬으며 물러났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것이겠지. ―지구의 구원자, ‘구원의 마왕’에 관하여. 구슬픈 음악과 함께 이어진 프로그램은 아예 특집으로 편성된 다큐였다. [성좌, ‘고려제일검’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해상전신’이 당신을 자랑스러워합니다.] 흘러나오는 영상들을 보며, 나는 멸망 이전의 시간들에 관해 생각했다. 내가 꿈꾸었던 것들,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들. 어느새 저 모든 시간이 아득한 기억이 되었다는 게, 몹시 낯설었다. 물론 모든 게 낯설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 가정 폭력으로 얼룩진 아픈 시간을 이겨내고······. 누군가가 뚝, 하고 텔레비전을 껐다. “독자야.” 응접실의 입구에 어머니가 있었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가볍게 미소했다. “오셨어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접실을 메운 침묵.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한동안 꺼진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았다. 검은 화면에 어머니와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가벼운 향수와 함께, 문득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한때는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지적 독자 시점]을 쓰지 않아도, 나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희미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구나.” “어머니께서 잘못하신 일이 아닌데요.” “이번 일은······.” “인터뷰 요청 많이 와 있죠?” “모두 거절했다. 네가 굳이 나설 필요 없는 일이야. 네가 세계를 구하든 멸망시키든, 그런 건 저들에게 중요한 게 아냐.” 멀리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 어머니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고, 무엇을 미안해하는지 잘 알고 있다. “저도 그때의 김독자는 아니에요.” 창가의 커튼을 젖히자, 광장 쪽 카메라가 일제히 이쪽을 향해 움직였다. 예전엔 저 카메라가 무서웠다. 누군가가 나를 보는 것이 무섭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낯선 언어로 나에 대해 떠드는 것이 두려웠다. “인터뷰할게요.” “······진심이니?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저들도 알 권리가 있으니까요.” 나는 다시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 위로 뉴스 헤드라인이 보였다. ―<김독자 컴퍼니>의 목적은 무엇인가? ―[공단]은 마지막 시나리오의 정체에 관해 밝힐 것을······. [일부 성운들이 당신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타 스트림>이 당신의 ‘결’을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대도깨비들이 당신을 ‘마지막 시나리오’ 지역으로 호출하고 있습니다.] [일부 성운들이 당신의 성운과 동맹을 맺기를······.] “오늘 밤 8시에. 도깨비들이랑 성좌들 쪽에도 연락해주세요.” * 나는 간만에 ‘멸살법’의 최초 버전을 찾아 읽었다. 아직 작가가 수정을 하기 전, 완전히 순정 상태였던 ‘멸살법’. [현재 당신과 당신의 성운은 ‘마지막 시나리오’의 자격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언제든 ‘마지막 시나리오’ 지역으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멸살법’의 마지막 시나리오는 ‘이계의 신격’들과의 대전쟁이었다. 원작의 유중혁은 그 시나리오에서 외신왕의 목을 베어내고 자신의 ‘결’을 완성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이미 ‘대멸망 시나리오’를 통해 겪었던 시나리오와도 흡사했다. 실제로 우리가 대멸망을 막아내는데 실패했다면, 대멸망은 마지막 시나리오의 전초전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재앙이 되었어야 할 ‘이계의 신격’들은 봉인되었다.」 나는 [공장] 중심에 위치한 세 개의 봉인구를 바라보았다. 이 세계선에 강림했던 모든 ‘왕’들이 잠들어 있었다. ‘살아있는 불꽃’, ‘가라앉은 섬의 주인’, 그리고 ‘위대한 심연의 군주’까지. 봉인되지 않은 것은 재앙으로 강림하지 않았던 ‘은빛 심장의 왕’뿐이었다. ―너의 설화를 끝까지 지켜보겠다. 마지막 순간, 999회차의 우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과 동료들을 [묵시룡의 봉인구]에 봉인했다. 스스로 관리국과의 협정을 어기고 재앙의 권리를 포기하였으니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찾아들 것을 직감했던 것이다. [당신은 ‘대멸망 시나리오’를 비정상적인 형태로 종료하였습니다.] [일부 성좌들이 당신의 시나리오 진행 방식에 불만을 표합니다!] [일부 대도깨비들이 당신에게 알 수 없는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수의 대도깨비들이 ‘이계의 신격’을 설득한 당신의 공로를 인정합니다.] [현재 다수의 혹부리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수한 메시지 로그들이 지금도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히든 시나리오― ‘단 하나의 설화’가 완료 직전입니다.] [결(結)의 후반부로 충분한 ‘거대 설화’가 완성되었습니다.] [<스타 스트림>이 최종 설화의 설화명을 제안합니다.] [거대 설화의 이름을 고르십시오.] [당신이 고른 선택지에 따라 당신의 ‘결’이 정해질 것입니다.] 나는 아직 <스타 스트림>이 제안한 선택지를 고르지 않은 상태였다. “김독자.” 삐그덕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수영이 나타났다. “일행들 상태는 어때?” “똑같지 뭐. 유중혁이 좀 다치긴 했는데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야. [생사단] 효력 장난 아니더라.” 한수영은 한 알 더 얻어 왔다며 답지 않게 너스레를 떨고는, 내 손에 그 한 알을 쥐어 주었다. “혹시 뒈질 것 같으면 먹어.” “고운 말로 주면 더 감동했을 텐데 말이지.” 한수영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벼운 어둠이 우리 사이에 안개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999회차 우리엘의 봉인구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에, 한수영의 얼굴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에선 어땠어? 마지막 시나리오는······. 아니, 됐다. 어차피 이제 원작이랑도 완전히 달라졌을 거 아냐.” 맞다. 원작의 시나리오에서 겪어야 할 ‘이계의 신격’과의 전쟁을 우리는 이미 끝냈다. 아마 우리에게 주어질 ‘마지막 시나리오’는, 원작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결’을 완성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마 이야기의 왕을 만나겠지.” “도깨비 왕 말이지.” 한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만날 거야?” “만나야지. 당장은 아니지만.” “뭔 소리야? 불안하게.”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희미한 바람이 일었다. 한수영이 문을 열고 들어온 틈새 사이로 공단원 중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대표님. 방문객입니다.” 방문객? [오랜만이군, 후예여.] 예스러운 말투. 나를 찾아온 이는 전혀 뜻밖의 존재였다. “······풍백?” * 천제의 풍신, ‘풍백’.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마지막 시나리오’에 돌입하기 전에 풍백을 만나라고 했었지. [후예의 선택은 무모했다. ‘이계의 신격’들을 살려두다니, 그대는 재앙을 스스로 품에 떠안은 것이다.] ······또 꼰대 같은 소릴 하러 온 건가. 풍백은 내가 하는 짓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바탕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시나리오를 너무 얕본다는 둥, 시나리오에 통 진지하지 않다는 둥······. “저기요, 할아버지.” [긴말을 늘어놓을 시간은 없으니 본론부터 전하겠다. 마지막 시나리오에서 후예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위기요?” [후예의 방식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 왔으니 하는 말이다.] 마치, 내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빤히 알고 있다는 투였다. 옆에서 한수영이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렸다. 나는 녀석을 노려봐준 뒤 물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러 온 겁니까?” [<홍익>이 후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보아하니 뭐 때문에 온 건지 알 것 같았다. 이 양반은 마지막까지······. “필요 없습니다. 보나 마나 또 말도 안 되는 대가를 요구하면서······.” [대가 같은 건 필요 없다. 한반도에 새로운 ‘신화급 성좌’가 탄생하는 걸 본 것만으로도 대가는 충분히 받았으니까.]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마지막 시나리오의 신화급 성좌들 중에는 <홍익>의 창조신들도 있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그대가 진심으로 응한다면 그들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걸 말해주러 오신 겁니까?” 풍백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 “조금 감동인데요.” 가볍게 헛기침을 한 풍백의 몸이 바람으로 흩어졌다. [할 말은 모두 전했다. 마지막 시나리오에서 만나지.] 순식간에 썰렁한 바람만이 남았다. 한수영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완전 새침데기네. 귀여운데.” “뭐, 원작에서는 좋은 성좌였으니까.” “그래도 같은 편이 약간은 있네. 너 아주 헛살진 않았다.” 그랬으면 좋겠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자기도 있다고 말합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진정한 동료란 악우(惡友)라 주장하며······.] [성좌, ‘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씩 웃었다. 한수영이 말했다. “또 또 재수 없게 웃는다. 곧 8시니까 준비해. 사람들 기다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장]의 상층부로 향했다. 내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온갖 언론사들과 도깨비들, 그리고 성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견장에 입장하기 직전, 공단원이 나를 붙잡았다. “대표님, 잠깐만요. 준비가 덜 끝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공단]에서 날 그렇게 부른 거지? 원래는 마왕이라고 불렀던 거 같은데. “내가 저렇게 부르라고 시켰어. 마왕님 마왕님 하니까 우리가 세기의 악당이 된 거 같잖아.” “뭐, 그것도 그런데······. 근데 설화 씨, 이거 꼭 해야 됩니까?” 얼떨결에 자리에 착석한 나는 뺨을 간지럽히는 브러쉬의 감각에 입술을 실룩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색칠하던 이설화가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대표인데 사람처럼 만들어서 내보내야죠.” “그거 여러 가지로 상처받는 말인데요.” 근처에서 일행들이 재미난 구경이라도 난 것처럼 이쪽을 관찰하고 있었다. 동물원 원숭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뒤쪽에서 한수영이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근데 너 머리카락은 계속 금발인 거야?” “제천대성의 격이 스며들어서 그래. 좀 있으면 색 빠질 거야.” “머릿결 되게 곱네.” [성좌, ‘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자신의 머릿결은 고단한 훈련으로 단련된······.] “끝났어요.” 순식간에 내 얼굴에 색칠을 끝낸 이설화가 거울을 들어 보여주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유중혁의 뺨을 칠까 말까 고민해도 될 정도로 굉장한 미남이 그곳에 있었다. 흘끗 곁을 보았지만 일행들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한심하다는 듯 이쪽을 노려보는 유중혁이 있었다. “김독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투를 걸치고,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허리에 찼다. 안쪽에 정장을 입은 것을 빼면 평소의 전투 복장 그대로였다. “가자.” 우리는 회견장으로 입장했다. 탁 트인 야외 회견장에는 무수한 별들과 카메라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공에서 내려오는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들. 거대한 홀로그램 전광판에 나와 일행들의 모습이 영사되고 있었다. 공민들의 환호 소리. 쏟아지는 함성과 함께 나를 기다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절대 다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선택에 이목을 집중합니다!] [절대 다수의 성좌들이 당신의 마지막 설화명을 궁금해합니다!] 한반도의 안위를 챙기는 이들, 지구의 존망을 궁금해하는 성좌들. 마지막 시나리오에 무엇이 있을지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 우리가 가진 힘을 우려하고 그것을 빼앗으려 하는 존재들. 왜 이제야 나타났냐고 말하는 이들과 자신들 모두를 ‘마지막 시나리오’로 보내 달라고 말하는 화신들까지······. [성좌, ‘구원의 마왕’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들 앞에서, 내 설화가 움직였다. 하늘이 울렁이고 땅이 뒤집혔다. 신화급 성좌의 격이 해방되자, 한반도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내 대답을 기다렸던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당신들을 구할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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