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화
443화
누구나 한 번쯤 손오공의 이야기를 읽는다.
내 경우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멸살법’의 묘사였다.
「하늘을 부수는 여의금고봉.」
「홀로 하나의 성운을 상대할 수 있는 신외신(身外身)의 술법.」
「세계의 별들을 추락시킬 뇌운(雷雲).」
‘멸살법’ 최강의 성좌 중 하나인 제천대성 손오공.
[거대 설화, ‘서유기’가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지금, 나는 그 손오공이 된 상태였다.
쿠구구구구구!
손오공의 주먹이 창공의 한 점을 가리킬 때마다, <황제>의 별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 압도적인 힘을 1인칭 시점에서 목도하게 되니,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제천대성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막내야, 뭘 시시덕대는 거냐.’
머릿속으로 미후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나를 비롯한 다섯 명의 손오공은 제천대성의 깽판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형님들의 강함에 놀랐느냐?’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악!]
방금 날아간 저 거인은 설화급 성좌다.
아니, 뇌전 한 방에 설화급이 날아가 버리는 게 말이 되냐고.
미후왕이 조소하듯 말했다.
‘흥, 거령신인가? 겨우 설화급 따위가 우리와 맞붙겠다고 나선 게 잘못이다.’
‘‘긴고아의 죄수’도 설화급 아닙니까······?’
그 말에 대답한 것은 필마온이었다.
‘우리가 각각 혼자라면 그렇겠지. 이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맞다. 이제야 나도 확실히 실감이 났다.
서유기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결국 네 명의 손오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렴동을 지배하던 원숭이 왕 ‘미후왕’.
도술의 힘을 인정받아 옥황에게 관직을 받았던 ‘필마온’.
자신을 능멸한 천계와 맞붙었던 ‘제천대성’.
그리고······ 서유기의 여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투전승불’까지.
그 모든 ‘손오공’의 설화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 진정한 손오공의 힘이 발현되는 것이다.
필마온이 중얼거렸다.
‘대성 녀석, 아주 신났군. 이렇게 날뛰어보는 것도 오랜만이겠지.’
실제로 제천대성의 진언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
[천계도 많이 약해졌구나!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냐?]
십여 합도 채 견뎌내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설화급 성좌들이 그대로 통천하의 강물에 처박혔다.
[쳐라!]
하지만 <황제>의 군세는 여전히 강대했다. <스타 스트림>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별을 보유한 성운. 이 정도 타격으로는 끄떡도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제천대성의 설화도 이제 시작이었다.
【오오오오오오오!】
이계의 신격들이 일제히 포효함과 동시에, 하늘의 뇌전이 손오공의 여의봉에 떨어졌다. 황금의 격류가 폭발하더니, 손오공이 그대로 자신의 여의봉을 천공으로 내던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여의봉의 뇌격이 흉포한 기세로 천공을 불태우며 돌진했다. 어마어마한 광풍이 밀어닥쳤다.
마침내 비산한 물보라가 가라앉았을 때, 물에 빠진 생쥐처럼 젖은 성좌 하나가 중얼거렸다.
[이, 이게 무슨······.]
하늘의 한쪽 방위가 비어 있었다.
그 일격에, 밀려들던 수천 명의 신령들이 한꺼번에 전멸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제천대성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위압적인 광경에도, <황제>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두려워할 것 없다! 놈의 설화에도 한계는 있다!]
[밀어붙여라! 어차피 놈은 혼자다!]
순식간에 늘어난 신령들이 다시 빈 자리를 채웠다.
이것이 <황제>의 전쟁.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이쪽이 강하다고 해도, 저쪽의 물량에는 끝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먼저 지치는 것은······.
‘흥, 벌써부터 기죽을 것 없다. 아직 그놈의 힘은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그놈이요?’
‘투전승불 말이다.’
투전승불. 그러고 보니 아까 나를 대신해 ‘이계의 신격화’의 패널티를 감수한 게 바로 그였다.
‘그분은 괜찮으신 겁니까?’
‘넷째는 괜찮다. 고집멸도(苦集滅道)를 깨달은 녀석에게 속세의 기억 따윈 무의미해. 모든 것이 곧 공(空)이니까.’
그러자 필마온이 태클을 걸었다.
‘언제부터 투전승불이 넷째가 된 거지?’
‘그놈이 순서상 네 번째로 등장했으니까 넷째지. 당연히 연대로 따지는 게 정상 아니겠느냐?’
‘그딴 식이라면······.’
‘물론, 손오공의 시작은 나였으니까 당연히 내가 첫째다. 축하한다. 네놈은 유명세도 약한 주제에 둘째구나.’
‘멍청한 원숭이답게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군. 동굴의 원숭이 왕 따윌 누가 기억이나 해줄 것 같나?’
‘마구간 똥이나 치우던 네놈보다야 낫지.’
두 손오공의 말다툼 때문일까, 제천대성의 설화 구성이 일순간 흔들리더니 불의의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본체가 크게 흔들리자 제천대성이 기어코 짜증을 냈다.
[모두 닥쳐라! 집중이 안 되잖아!]
그러면서 의기양양하게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연히 제일 유명한 내가 첫째다!]
미후왕과 필마온이 동시에 불만을 터트렸다.
까마득하게 몰려오는 별들의 파도에 맞서, 제천대성이 처음으로 수세를 취했다.
여기서 밀리면 이번 전쟁에서는 이길 수 없다. 그걸 알았는지 미후왕과 필마온도 사담을 멈추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쾅! 콰앙! 콰아앙!
전장의 한쪽 구석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전함이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아저씨! 내가 간다―!”
<황제>의 배를 부수고 진격해오는 이지혜가 그곳에 있었다. 홀로 싸우는 손오공을 지원하기 위해, <김독자 컴퍼니>의 일행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좌, ‘금신나한’이 시나리오에 현현합니다!]
제천대성의 진짜 동료들도 하나둘 시나리오에 끼기 시작했다.
허공에 화신체로 현현한 금신나한 사오정이 이지혜를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대가 내 역할을 수행한 자인가?]
“······뭐야 이 괴물은?”
[성좌, ‘정단사자’가 시나리오에 현현합니다!]
이어서 나타난 것은 상보심금파의 주인이었다. 출렁이는 뱃살 아래 거적같은 하의를 펄럭이며 저팔계가 외쳤다.
[패왕 저팔계 유중혁은 어디에 있느냐! 하하하! 마음에 들었다! 나의 배역이여!]
아무래도 정단사자는 유중혁에게 꽂혀버린 모양이었다.
현현한 저팔계와 사오정을 향해 제천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왔는가, 사제들. 너무 늦었구만.]
[딱히 사형을 도와주러 온 것은 아니요. 내 배역 녀석이 궁금해서 온 것뿐이니 오해는 마시게.]
새침데기 같은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저팔계, 그리고 어쩐지 상처를 받은 듯한 표정의 사오정이 손오공의 곁에 섰다.
항요보장과 상보심금파가 여의봉의 곁에서 격을 뿜어대자, 비로소 『서유기』의 삼인방이 모였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거대 설화, ‘서유기’가 본래의 격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에 긴장한 <황제>의 성좌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심사위원들이여, 지금 제천대성의 편에 서겠다는 것인가?]
[그들뿐만이 아니다.]
서유기 삼인방의 배후에 여섯 인형(人形)들이 서 있었다.
원숭이를 닮은 요괴도 있었고, 상어나 사자, 대붕을 닮은 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곧장 깨달았다.
복해대성 교마왕 (覆海大聖 蛟魔王).
혼천대성 붕마왕 (混天大聖 鵬魔王).
이산대성 사타왕 (移山大聖 獅駝王).
통풍대성 미후왕 (通風大聖 獼猴王).
구신대성 우융왕 (驅神大聖 䟹狨王).
마지막 한 사람은 요괴가 아니라 정희원이었다.
“······이거, 재밌게 됐네.”
평천대성(平天大聖) 우마왕의 가호와 함께, 그의 배역을 맡은 정희원의 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었다.
[우리도 함께다, 제천대성.]
제천대성과 함께 천계대전을 치렀던 칠대성(七大聖)이 한자리에 모이는 순간이었다.
『서유기』 본편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여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요괴들. 그들 또한 자신의 비통함을 풀기 위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하필 내 별명도 ‘미후왕’이어서 억울했지. 그 한을 오늘 풀어주마!]
칠대성이 함께 전장에 뛰어들자, 전장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그때까지 미적거리며 ‘은밀한 모략가’의 눈치를 보던 이계의 신격들도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전황을 지켜보던 미후왕이 중얼거렸다.
‘그 패왕 저팔계란 놈은 어디로 갔지?’
그러고 보니 유중혁이 보이지 않았다.
녀석이라면 분명 이십팔수 별자리와 싸우고 있었는데······.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허공에서 시나리오의 최후를 지켜보는 혹부리 왕과 대도깨비들이 보였다.
[가라! 물러서지 말고 싸워! 결국 최후에 승리하는 것은 <황제>다!]
<황제>의 성좌들이 우렁찬 포효와 함께 진군해왔다.
제일 선두에서 앞장선 것은 천궁의 사대천왕이었다.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
거기에 탁탑천왕과 나타 태자까지. 저쪽도 이제 필사적인 모양이었다.
서왕모와 금강탁의 주인인 태상노군. 거기다 태백금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성좌들이 모조리 강림해 자신의 설화를 풀어 놓고 있었다.
바야흐로, 천계대전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성운 <황제>가 자신의 거대 설화들을 개방합니다!]
이것이 ‘거대 성운’의 힘.
그럼에도 제천대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수의 관객들이 갑작스런 구경거리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여기서 지면 ‘긴고아의 죄수’는 자신의 라이벌이 아니라 선언합니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긴고아의 죄수’를 응원합니다!]
[성좌, ‘고려제일검’이 ‘긴고아의 죄수’의 무위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일 먼저 지국천왕이 꺾였고, 그다음은 증장천왕이 무릎을 꿇었다.
여의봉이 향하는 곳마다 천궁의 군세가 부러지고 있었다.
입신(入神)의 무공.
이것이 바로 최강의 성좌, 손오공의 힘이었다.
그런 제천대성이 처음으로 멈춰 선 것은, 어디선가 들려온 불경 소리 때문이었다.
츠츠츠츠츠츠······!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괴로운 것은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미후왕도 필마온도 한껏 짜증이 난 목소리였다.
‘이런 망할······!’
‘······그 땡중이다.’
제천대성의 머리를 조여오는 긴고아.
한쪽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쥔 제천대성이 경고하듯 말했다.
[관세음보살. 방해하지 마시오!]
그 말과 함께 구름 사이로 연화대가 나타났다.
관세음보살은 그 연화대의 중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오공. 지난 일들은 모두 잊은 것이냐?]
[······뭘 말이오!]
[그만두어라. 이것은 옳지 못하다.]
[싫다면?]
[지금껏 내게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 그걸 봐서라도 이만 물러날 수 없겠느냐?]
[······당신의 도움?]
제천대성의 눈썹이 크게 휘었다.
[그 잘난 도움 덕에, 고생만 잔뜩 했지.]
밀려온 울화를 풀어내듯, 제천대성이 외쳤다.
[우리가 겪었던 많은 역경들은 당신의 관음(觀淫)에서 비롯되었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어 알 수 있는 자.
제천대성의 기억이 흐르고 있었다.
「“불문에서는 구구 팔십일의 수효를 모두 채워야 귀진(歸眞)할 수 있다. 그들은 아직 ‘팔십 번의 재난’을 겪었을 뿐 아직 한 차례가 모자라다. 오방 게체들은 그들을 좇아가 마지막 재난을 일으키도록 하라!”」
서유기 최후의 재난.
그것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저 관세음보살이었다.
[음마의 무리를 일으키고, 요괴들을 선동하고, 세상에 재앙을 가져온 것도 모두 당신과 <황제>였다!]
[······모두 필요한 역경이었다. 그만 진정하거라.]
제천대성이 흥분하자, 관세음보살이 다시 긴고주를 외기 시작했다.
[그런 긴고주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파츠츠츠츠츳!
제천대성이 일으킨 격에 긴고주의 힘이 끊어졌다.
놀란 관세음보살이 연화대와 함께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그의 힘이 너무 강해졌군. 나 혼자서는 무리겠어.]
탁탑천왕이 입술을 깨물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이제 시나리오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장기전에서 이기더라도 시나리오에서 패배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부처! 부처는 어디에 있는가!]
결국, <황제>의 마지막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다섯 개의 기둥」만 있으면 된다! 그 설화만 있다면 저 원숭이 놈을 잡는 것 따윈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섯 개의 기둥」은 부처의 다섯 손가락을 뜻하는 말이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손오공이라도, 부처의 손바닥에 제압당한 설화가 존재하는 한 「무대화」의 영향력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세계에는, 부처의 분체 중 하나인 석존이 있었다.
그때, 곁에 있던 나타 태자가 속삭였다.
[잊으셨습니까? 석존은 지난 ‘성마대전’때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아마······ 환생자들의 섬을 봉인하며 사멸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석존이 죽었다고? 그럼 저놈을 제압할 방법은······!]
[걱정 마십시오. 우리에겐 그의 후계가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황제>의 군세가 갈라졌다.
[오시게, 석가의 후계여!]
갈라진 군세 사이로 <황제>의 최상위격 성좌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올림포스> 12신에 못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들.
그리고 그 중심을 걷는 하늘하늘한 법복을 보며, 나는 조용히 동요했다.
「유상아가 그곳에 있었다.」
석존과의 약속으로 환생한 유상아. 결국 그녀는, 석존의 후예가 되어 윤회의 고리를 통해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제천대성?’
제천대성의 몸이 굳어졌다. 그의 내부에서 엄청난 감정의 격류가 느껴졌다.
미후왕과 필마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군. 그래서 저 여자를 처음 봤을 때······.’
‘설마 저 화신체였단 말인가.’
순간, 밀려오는 제천대성의 기억이 있었다. 까마득한 서유기의 여정이 순식간에 축약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유상아는 단순히 석존의 후예로 환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화신체는, 매우 특별한 이의 것이었다.
「“삼장이여.”」
삼장법사(三藏法師).
이 세계에서 가장 긴고주에 정통한 존재이자, 그저 말 한마디로 손오공을 강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황제>의 성좌들이 외쳤다.
[어서 놈을 제압하게! 석가의 후계여!]
성큼성큼 다가온 유상아의 모습을 보면서도, 제천대성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추억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제천대성! 어서 움직여라! 뭘 하는 거냐!’
‘이대로면 당한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나 역시 조금 불안해졌다.
지금 눈앞의 유상아는 정말 내가 아는 유상아일까. 환생한 신유승이 자신의 기억을 잃었듯, 유상아도 만약 그런 거라면.
내가 알던 존재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 거라면.
천천히 뻗은 유상아의 손이 손오공의 긴고아에 닿았다.
[무척 아파 보이네요. 힘들겠어요.]
그녀의 맑은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다.
삼장법사도, 석가의 후예도 아닌.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 유상아다.
[이건 이제 당신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천천히 움직인 그녀의 손이, 손오공의 긴고아를 벗겼다.
제천대성의 머리를 옥죄던 긴고아가 너무도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후왕도, 필마온도, 제천대성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황제>의 성좌들이 대경하며 달려들었으나, 이미 늦었다.
쏟아지는 성좌들의 고함 속에서, 가장 오래된 감옥의 죄수가 비로소 해방되고 있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의 각성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투전승불’의 설화가 해금됩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의 수식언이 진화합니다!]
휘황한 빛살 속에서, ‘긴고아의 죄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성좌, ‘가장 오래된 해방자’가 봉인에서 깨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