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429화
그래, 처음부터 이 녀석이 저팔계일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 녀석의 대체 어디가 ‘저팔계’란 말인가.
[소수의 관객들이 저팔계의 외모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소수의 관객들이 이것은 원전 모독이라며 항의합니다!]
[심사위원 ‘미후왕’이 저건 말도 안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나와 생각이 같은 관객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수의 관객들이 저팔계의 배역 선정에 환호합니다!]
······응?
[득표수가 크게 증가합니다!]
[설화방 랭킹이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설마?
[심사위원, ‘정단사자(浄壇使者)’가 자신의 외모에 흡족해합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단사자’는 저팔계의 수식언이다.
[심사위원, ‘정단사자’가 자신의 배역 캐스팅에 크게 만족합니다.]
[추가 가산점 150점을 획득하였습니다!]
특유의 위협적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 유중혁의 모습과 함께, 커다란 폰트가 눈앞에 떠올랐다.
~ Episode 2. 패왕 저팔계 ~
*
[축하합니다! 당신의 설화방이 랭킹 100위권에 진입하였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한수영은 씁쓸한 미소로 페이지를 넘겼다.
패널 화면에서는 그녀가 꾸민 플롯대로 인물들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한수영은 렌즈가 없는 뿔테 안경을 밀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애들 발연기 때문에 쫄려 뒈지겠네, 진짜.”
하지만, 그녀의 설화방은 벌써 득표수 1000을 돌파하고 상위권에 진입한 상태였다.
뒤쪽에서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이수경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과일 좀 깎아왔다.”
“노크를 했으면 대답을 듣고 들어오든지, 노크를 하지 말든지.”
“일은 잘 돼가니?”
“······보통이지 뭐. 페이후 녀석 순위가 높아서 따라가는 게 쉽지가 않네.”
어깨 너머로 한수영의 설화방 랭킹을 확인한 이수경이 말했다.
“며칠 안 됐는데 이런 상승세라니 대단하구나.”
“내 전성기 때에 비하면 이 정도 성적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
불끈 의지를 다진 한수영이 사과를 아삭 깨물었다.
홀로그램 패널 너머로 얼빵한 얼굴을 한 손오공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부턴 이 손오공 녀석이 얼마나 잘 해주는가가 관건인데.”
*
“맞습니다. 제가 손오공입니다.”
내 대답에, 유중혁이 의심스럽다는 듯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녀석의 오른쪽 눈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해당 시나리오 지역에서는 ‘탐색 스킬’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세계관의 제약으로 녀석의 [현자의 눈]은 발동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나는 놀라지 않았다.
“눈에서 레이저 같은 것을 쏘시는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었다.
어차피 원작 전개대로라면 저팔계는 내 사제로 들어올 운명이었다.
“신유승! 뭘 가만히 서 있어! 빨리 이 자식 해치워!”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길영이 악을 썼다.
신유승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이길영을 흘끗 보더니, 저팔계를 향해 물었다.
“아무리 무림 만두가 좋아도 그렇지. 공장을 세우고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다뇨! 대체 여자들은 왜 납치한 거죠?”
나는 신유승의 이야기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유기’의 원작에서, 저팔계는 색욕과 식욕의 마왕이다.」
사실 원작의 특징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에피소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한수영이, 아무리 유중혁이 밉다 해도 원작을 그대로 답습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멸살법’도 그렇게 치밀하게 바꾼 녀석인데.
게다가, 한수영이 그런 시나리오를 썼다 한들 그 유중혁이 고분고분 따를 리가······.
“여성들은 납치하지 않았다.”
유중혁의 말에 주변의 여인들이 외쳤다.
“맞아. 우린 납치 당한 게 아니라고!”
나는 여인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들 중 누구도 현혹된 눈빛은 아니었다.
이길영이 외쳤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네가 먹으려고 마을 사람들을 잡아다가 만두를 잔뜩 만들게 했잖아!”
맞다. 분명 공장의 노예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하나 있었다.
유중혁은 ‘무림 만두’를 좋아한다. 아니, 그것은 거의 집착에 가깝다.
그런 유중혁이 과연 저런 공장에서 나온 것을 먹을까?
「“나는 타인이 만든 건 먹지 않는다.”」
그런 말까지 했던 유중혁이, 고작 공장제 만두를 먹기 위해 노예들을 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그것을 증명하듯, 유중혁이 약간 슬픈 어조로 말했다.
“나는 ‘무림 만두’를 먹지 않았다.”
“뭔 소리야! 이 만두 싸이코! 신유승 빨리 어떻게 하라니까!”
유중혁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둘러싼 인파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채의 집들이 골목을 따라 모여 있었다. 그리고 배송된 무림 만두는, 그 집들의 입구에 잔뜩 쌓여 있었다.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이 마당에 한가득 쌓인 만두를 까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
마을 전체에 경고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만두 공장’에서 혁명이 발생했습니다!]
문지기가 지키던 마을의 입구가 무너지며, 공장의 노예들이 밀려들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노역하지 않겠다!”
“여기도 만두, 저기도 만두, 전부 만두뿐이야!”
“죽여라! 저 돼지 놈을 죽여!”
각각 괭이와 갈퀴를 쥔 노예들의 눈동자에서 사악한 빛이 번뜩였다.
대경한 여인들이 외쳤다.
“저 요괴 녀석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요괴들? 요괴는 이 녀석이잖아!”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이길영이 외쳤다.
어느새 바닥에 이길영을 내려놓은 유중혁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역시 처음부터 죽였어야 했나.”
그 순간, 나는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손오공이 된 상태.
그러니, 손오공의 힘을 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밀려오는 요괴들을 보며 두 눈에 힘을 주었다.
[성흔, ‘화안금정(火眼金睛) Lv.???’이 발동합니다!]
화안금정. 요괴와 악마를 식별해낼 수 있는 제천대성 고유의 성흔.
천천히 세상의 색깔이 뒤바뀌며, 달려오는 인간들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뒤틀린 외양, 살기 가득한 눈동자. 역시나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저팔계는 적이 아닙니다.”
내 말을 들은 이길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쉬운 얼굴이었다.
“뭐어? 씨······.”
“저팔계는 이 마을을 지배한 게 아니라 오히려 해방한 겁니다. 이 마을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던 건 저들이에요. 저들은 인간이 아니라, 이 마을을 지배하고 있던 요괴들입니다.”
본색을 드러낸 노예 요괴들이 자신의 격을 분출하며 마을을 파괴하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이길영과 신유승이 사람들을 통제했다.
“모두 뒤로 빠지세요!”
······공장 노예들의 혁명이라.
일전의 [마계 혁명]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이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방이 아니라 진압이었으니까.
유중혁이 먼저 나서며 허리춤에서 [흑천마도]를 뽑아들······ 아니, 저건?
[일부 관객들이 저팔계의 무기에 의아해합니다.]
[몇몇 심사위원이 어째서 저팔계가 ‘칼’을 사용하는지 궁금해합니다.]
[심사위원, ‘정단사자’가 자신의 ‘상보심금파(上寶沁金鈀)’는 어디 갔냐고 항의합니다!]
원작에 따르면 저팔계가 사용하는 것은 칼이 아니라 [상보심금파]라는 쇠스랑이었다.
[다수의 관객들이 ‘패왕 저팔계’의 패기에 압도됩니다!]
[일부 관객들이 잘생긴 저팔계의 매력에 흠뻑 빠집니다!]
[일부 심사위원들이 대중성을 반영한 무기 변경을 납득합니다.]
[심사위원, ‘정단사자’가 헛기침을 하며 멋있으니 봐준다고 말합니다.]
[가산점 5점을 획득하였습니다!]
제기랄, 얼굴이 개연성인 것인가.
앞으로 나선 유중혁은 [흑천마도]를 갑자기 내게 겨누더니 내 주변에 작고 동그란 원을 그렸다.
“네놈은 그 안에서 나오지 마라.”
“예?”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죽여버릴 것이다.”
그리고 요괴들의 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검술이었다.
대체 얼마나 자신을 깎아내야 그만한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예전보다도 더 진일보한 검술.
“잘한다, 돼지!”
“힘내세요!”
어느새 이길영과 신유승도 이쪽에 붙어 응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홀로 요괴의 대군을 물리치는 유중혁을 구경했다.
[심사위원 ‘긴고아의 죄수’가 통쾌하고 안락한 전개에 편안해합니다.]
이제야 나도 한수영 작가님의 지엄한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은퇴한 손오공은 정말 좋은 이야기구나.
[심사위원 ‘정단사자’가 자신의 멋있음에 취합니다.]
[심사위원 ‘미후왕’이 멋있는 저팔계의 모습에 조금 불만을 가집니다.]
[추가 가산점 30점을 획득하였습니다.]
하늘에서 신령스런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잠깐! 멈춰라!]
반쯤 죽어 나가던 요괴들이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납죽 엎드렸다. 마을의 하늘이 열리며, 신선의 복장을 한 성좌가 등장했다.
복장으로 보건대, 태상노군(太上老君)이 틀림없었다.
[패왕 저팔계여, 지금 그대가 죽이는 요물들은 내 도솔궁에서 키우던 돼지들이다. 천궁의 상에 오를 것이 두려워 탈출한 돼지들이니, 그대는 이를 긍휼히 여겨 이들을 내게 돌려주도록 하라.]
드디어 저 패턴이 나왔구만.
‘서유기’의 모든 전개는 이런 식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진범인 요괴가 드러나고, 요괴를 해치우고 나면 웬 신선이 나타나 “사실 그 요괴는 내가 키우던 아무개였다” 같은 말을 하며 요괴를 데려가버리는 것.
[일부 심사위원들이 원작을 반영한 전개에 가산점을 부여합니다!]
[가산점 30점이 추가되었습니다!]
물론 심성이 배배 꼬인 나는 그런 전개에는 한마디 해주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런 식으로 데려갈 거였으면 처음부터 도와주시지 그러셨습니까.”
[미안하네. 내가 좀 바빠서······.]
사실은 귀찮았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황제>의 많은 성좌들은 시나리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화신을 도와주는 법이 없다.
“데려가라.”
[고맙네.]
유중혁의 허락과 함께 태상노군이 자신의 돼지들과 함께 하늘로 승천했다.
(태상노군이 자신의 돼지들을 거둬 가자,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거기서 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내 [화안금정]이 따끔거리며 태상노군과 함께 떠나는 요괴들의 모습이 크게 흔들렸다.
【······고 싶······ 않아.】
【······대체 언제까지······.】
요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딘가 익숙한 음색들. 운 좋게 죽음을 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뭐랄까.
그들은 오히려, 이곳에서 죽기를 바랐던 것 같은 표정이었다.
*
“이제 마을은 너희 것이다. 비록 공장은 직접 돌려야 하겠지만, 전처럼 배를 곯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중혁은 우리 일행에 합류했다.
떠나는 우리 일행을 향해 마을의 주민들이 눈물의 환송회를 열었다.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유중혁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칫, 때려잡아서 데려가려 했는데.”
환송회가 끝난 후 이길영과 신유승이 다시 길을 나섰고, 나도 아이들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유중혁은 일행들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따라왔다.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내가 없는 곳에서 유중혁과 동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괜스레 유중혁이 신경쓰여 한마디했다.
“사제, 좀 더 가까이서 걸으시지 그러십니까.”
“······누가 네놈의 사제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녀석에게, 차마 더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사이, 내 곁으로 온 아이들이 즐거운 듯 떠들었다.
“구원의 마왕, 너 제법이더라.”
“제자님께서 요괴들을 밝혀주지 않으셨더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사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요괴들을 죽인 것은 유중혁이었고, 마을을 구한 것도 유중혁이었다. 나는 그저 구경하며 몇 마디 말만 얹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유중혁 보다 나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나는 유중혁을 돌아보았다. 유중혁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자신의 [흑천마도]를 닦고 있었다.
「그 순간 김독자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없는 시간 동안, 유중혁은 일행들 속에서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밤이 되었다.
모아온 장작으로 화톳불을 쐬며, 우리는 동그랗게 장작 사이로 둘러앉았다. 캠핑이라도 온 기분이었다.
그런 온화한 분위기에 난데없이 찬물을 끼얹은 것은 유중혁이었다.
“앞으로 나는 따로 행동하겠다.”
마치 검을 닦아내듯 무심한 목소리여서,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차피 천축에 가서 ‘경전’만 가져오면 끝나는 일 아닌가?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내가 그곳에 가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사실 구름 술법을 사용한 저팔계라면, 그리고 근두운을 탄 나라면 천축까지 순식간에 주파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작중의 손오공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고, 어릴 적의 나 역시 그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왜 손오공은 자기가 직접 경전을 가져오지 않는가?」
나는 그 이유를 이제 아주 조금은 이해한다.
“그런 짓을 하면 이 이야기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하룻밤에도 다녀갈 수 있는 거리를, 14년에 걸쳐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것은, ‘서유기’가 완성되기 위해 비로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유중혁의 생각은 달랐다.
“내겐 시간이 없다.”
“이번 여정은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14년이나 걸리지는 않을 테니, 조금만 참으시지요. 한 사람 한 사람 일행들을 만나며 여정을 진행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일 겁니다.”
그 말을 한 것이 의외였는지, 유중혁이 물끄러미 나를 보며 말했다.
“네놈은 내 일행이 아니다.”
그렇겠지.
그 의심 많은 유중혁이, 나를 믿을 턱이 없다.
“압니다.”
일행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길영은 말없이 화톳불 속에 돌멩이를 던져 넣었고, 신유승은 나와 유중혁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으로 흙바닥을 깨작대고 있었다.
꼬르륵, 하는 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그때였다. 이길영이 울상을 지은 채 배를 만졌다.
“배고파······.”
나는 빙긋 웃으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만두, 하나 드시겠습니까?”
그것은 아까 ‘만두의 길’에서 완성한 내 비장의 만두였다.
이길영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내게서 만두를 받아 들더니, 이내 한 입 베어 물었다. 화등잔처럼 이길영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뭐야! 공장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어!”
그야,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관객들이 ‘무림 만두’의 맛을 몹시 궁금해합니다!]
어깨 쪽에서 유중혁 [999]가 작게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신유승과 유중혁에게도 만두를 건넸다.
유중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타인이 만든 것은 먹지 않는다.”
“타인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유중혁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아마 유중혁은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유중혁은 자신의 바로 앞에 놓인 무림 만두를 수상하게 노려보더니, 뭔가를 결심한 것처럼 조심스레 손에 들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마치 적을 탐색하듯이 만두를 코로 가져갔다.
“······이 냄새는?”
그래, 그 만두를 먹어라 이 자식아.
유중혁은 몇 번이나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더니, 천천히 만두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마치 적장의 목을 뜯듯이, 작게 한 입을 베어 물었다.
나와 이길영, 신유승은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유중혁이 만두를 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심지어는 내 어깨 위의 요리사 [999]도 경직된 상태로 녀석의 반응을 기다렸다.
꿀꺽.
마침내 한입을 모두 삼킨 유중혁이 다음 한입을 머금었다. 아주 천천히, 유중혁의 미간에 주름이 사라지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입술.
조금씩 만두를 먹는 녀석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두입, 세입······.
마침내, 유중혁의 손이 두 번째 만두를 향해 움직였다. 도중에 움직임을 멈춘 유중혁이 나를 노려보았다.
“뭘 보는 거지?”
나는 녀석을 슬쩍 외면한 채 함께 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썼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것들을 들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 녀석에게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그럭저럭 먹어줄 만하군.”
작게 중얼거리는 유중혁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멸망 따윈 먼 세계의 이야기라는 듯, 하늘에서 빛나는 별자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만두를 먹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 이야기가, 조금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
[깊은 밤이 찾아왔습니다.]
[‘서유기 리메이크’ 시스템이 1시간 동안 점검에 들어갑니다.]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 모두가 잠든 밤이었다.
스스로 팔베개를 한 손오공은 코를 골며 잠들었고, 두 삼장도 피곤했던 모양인지 손오공의 다리 한짝씩을 베개로 삼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의 메시지가 사라진 야음을 틈타, 조용히 일어나는 그림자가 있었다.
유중혁이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조용히 [흑천마도]를 꺼내어 손오공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 예리한 날 끝을 손오공을 향해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