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화
359화
나는 치밀어오르는 욕지거리를 삼켰다.
하필 이럴 때 [제4의 벽]이 얇아지다니······.
전투에 몰입하느라 잊고 있었던 생경한 고통이 찾아왔다. 정강이와 팔뚝에 난 생채기들이 쓰라렸다. 땀에 젖은 셔츠의 찝찝함이 더욱 생생해졌고, 삼림을 데우는 열기에 현기증이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운동을 좀 더 해둘 걸.
쐐애애액!
내 머리통을 부수기 위해 날아드는 가시 곤봉.
나는 거의 몸을 구르다시피 하며 고블린의 공격을 피했다.
퀴에에에에!
성급하게 움직인 관절들이 삐걱거렸다.
내 회피 경로를 따라온 고블린들이 두더지 잡기라도 하듯 곤봉을 두들겨댔다.
가시 곤봉에 묻은 혈향에 손등의 솜털이 비죽 솟았다. 분명 지금껏 맡았던 냄새였는데도, 낯설게 느껴졌다.
[‘제4의 벽’이 매우 얇아집니다.]
[‘제4의 벽’이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고쳐 잡았다.
동료를 잃은 두 마리의 고블린이 붉은 눈을 빛내며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언제든 내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겠다는 살기. 그 욕망을 읽어내는 순간 새삼스럽게도 죽음의 공포가 찾아왔다.
살얼음처럼 얇아진 [제4의 벽] 너머로, 내가 외면해왔던 감정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내가 보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던가.
나는 떨리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싸워야 한다. 싸울 수 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이런 두려움과 맞서 싸워왔다.
오직 나만이, 벽을 통해 비겁하게 고통을 회피해 왔다.
「김독자는 떨리는 손으로 ‘부러지지 않는 신념’을 쥐었다.」
생각하자. 지금 내 몸으로 고블린들을 해치울 방법.
스킬은 쓸 수 없다. 하지만 성흔은 사용할 수 있다.
숙련치는 초기화되었지만, 분명 성흔 사용은 가능하다.
문제는 그 성흔이 어떤 식으로 적용될 것이냐는 거지만.
나는 다가오는 고블린을 보며 [칼의 노래]를 발동했다.
[해당 성흔은 당신의 성흔이 아닙니다.]
[해당 성흔의 효과가 최소치로 고정됩니다.]
「초 2일. 맑음. 일찍 나가서 무기를 점검하였다.」
[부러지지 않는 신념]은 희미한 광채를 내뿜더니 이내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불화살이라도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제길.
그나마 검이 조금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위안이었다.
퀴이익?
내 저항을 비웃은 고블린들이 곧장 가시 곤봉을 휘둘러왔다. 곤봉과 검이 부딪치자 손목이 꺾이는 것 같았다.
보기엔 허접하지만 힘은 인간 이상의 녀석들이다. 이 섬의 생존에 최적화된 괴물들.
이어서 두 번째 곤봉이 내 허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검으로 막기엔 늦었다.
퍼어억!
나는 발을 휘둘러 곤봉을 걷어찼다. 발바닥을 꿰뚫는 가시의 감각. 끔찍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었다. 피냄새를 맡자 성이 난 고블린들이 울부짖었다.
성흔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두 번째 방법을 써야 한다.
[거대 설화, ‘마계의 봄’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이 섬에서 스킬은 봉쇄되고 성흔의 숙련치는 모두 초기화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 설화, ‘신화를 삼킨 성화’가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서클도, 강기도 없는 1세대에도 분명 존재하는 것.
그것은 바로 ‘설화’였다.
[현재 당신의 힘으로 해당 설화들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설화들이 당신의 지배를 거부합니다.]
문제는, 내 힘이 대폭 깎이며 설화들이 내 말을 듣지 않게 되었다는 것.
[거대 설화, ‘마계의 봄’이 당신을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거대 설화, ‘신화를 삼킨 성화’가 당신의 약해진 육체를 탐합니다.]
오히려 날뛰는 기혈 때문에 속에서 핏물이 올라왔다.
고블린들은 내게서 느껴지는 설화의 힘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으나, 이내 기세를 회복하고 달려들었다.
성흔도 막혔고, 설화도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결국, 마지막 방법뿐이다.
가능하면 이건 만약의 만약까지 안 쓰려고 했는데.
굳게 마음을 먹은 내가 마력을 일으키는 순간.
푸슈슉!
풀숲을 꿰뚫고 날아온 단도가 고블린의 머리를 꿰뚫었다. 철푸덕 앞으로 쓰러지는 고블린. 이어서 달려온 인형이 환상적인 칼놀림으로 다른 고블린의 목을 날려버렸다.
캡 아래로 흩날리는 소녀의 포니테일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괜찮아?”
머리와 얼굴에 진흙을 잔뜩 뒤집어쓴 이지혜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사실 [칼의 노래]를 사용한 것은 고블린에 맞서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시스템 메시지처럼 [칼의 노래]는 내 성흔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것이 아닌 성흔을 사용하면, 반드시 해당 성흔의 원주인은 내 존재를 깨닫게 되어있다.
“······휴, 진짜 아저씨라 다행이네.”
이지혜가 개울물에 세수를 하며 말했다.
꼴을 보아하니 이지혜도 어지간히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뭐 이딴 곳이 다 있어? 스킬이랑 성흔들은 죄다 쓸모없고. 키리오스 할아버지한테 훈련 안 받았으면 진즉에 뒈졌을 거야.”
“다친 덴 없고?”
“없어. 잘 숨어다녔거든. 근데 아저씬 왜 그 모양이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나는 얼버무리며 이설화에게 미리 받아둔 [금창약]을 상처에 발랐다.
겨우 고블린이랑 싸우는데 이 정도 상처를 입다니. 앞으로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나를 보던 이지혜가 답답하다는 듯 금창약을 빼앗았다.
“줘봐. 어깨 뒤쪽에 덜 발렸어.”
이지혜가 야무진 손으로 내 상처에 금창약을 치덕치덕 발랐다.
“살살 발라. 세게 누르면 나 죽을 수도 있으니까.”
“엄살은. 근데 아저씨 원래 이렇게 왜소했나?”
“근육량이 조금 줄어든 것뿐이야.”
“어깨가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순간 자존심이 상해서 나는 도로 금창약을 빼앗았다. 아니, 빼앗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지혜가 나보다 힘이 더 셌기 때문이다.
이지혜가 경고하듯 말했다.
“움직이면 어깨 부러진다.”
이렇게 무력한 기분은 또 오랜만이었다.
“자, 다 됐다.”
이설화의 금창약은 ‘1세대’의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꽤 좋았다.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금창약이 스며든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하긴, 1세대라고 해도 마법이나 무공은 있다.
이지혜와 나는 상처를 추스른 후 삼림지대를 계속해서 걸어갔다.
다행히 더이상의 괴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덧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섬의 중심부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가늠하던 이지혜가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노숙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면 밤중에도 이동할 수는 있지만, [야간시] 스킬도 사용할 수 없는 판국에 잘못하면 고블린보다 훨씬 끔찍한 녀석들을 만나는 수가 있었다.
[섬의 밤이 찾아왔습니다.]
[밤에는 시스템의 기능이 일부 회복됩니다.]
[‘도깨비 보따리’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곧바로 ‘도깨비 보따리’를 열어 노숙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1인용 휴대 숙소 두 개와 주변 경계를 위한 안전장치들. 만약을 위해 상비용 회복 아이템들도 쟁였다.
내게서 아이템들을 받아든 이지혜가 눈을 끔뻑였다.
“뭐야, 1세대니 뭐니 하더니 이런 건 또 살 수 있어?”
“결국 코인 벌이용 시나리오라는 건 변함 없으니까.”
1세대든 2세대든 3세대든 시나리오의 본질은 돈벌이다. 그러니 ‘도깨비 보따리’의 사용이 허가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퉁탕퉁탕 텐트를 설치하던 이지혜가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
“아저씨 군대 갔다 왔다며. 텐트 설치할 줄 몰라?”
“제대한지가 언젠데. 넌 왜 그렇게 잘하냐?”
“초등학생 때 걸스카우트였어.”
······그러고 보니 이지혜에겐 그런 설정도 있었지.
근력 감소 패널티로 낑낑대는 나를 보던 이지혜가 내 텐트까지 뚝딱 설치해 주었다.
숲의 밤은 추웠다. 우리는 주변의 잔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타오르는 모닥불을 쬐며, 이지혜도 나도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웅크린 이지혜가 뭔가를 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마른 나뭇가지를 집어 던지던 이지혜가 마침내 용기를 냈다.
“아저씨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물어 봐.”
“그 소설이란 거,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왠지 그런 질문이 나올 것 같긴 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10년도 더 전부터.”
기억이 조금 가물하긴 하지만, ‘멸살법’을 처음 클릭하던 그 시절의 일을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소설에서 난 어떻게 나와?”
궁금한 게 정상이었다. 내가 이지혜의 입장이었더라도 그게 궁금할 테니까.
나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이지혜에 관한 묘사를 떠올렸다.
해상제독 이지혜.
일행들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검을 뽑는 소녀.
자존심은 강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정이 많고,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 속으로는 가장 많이 곪아 있는 인물.
나는 이지혜의 상처를 가능한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며, 최대한 섬세한 표현을 골라서 이야기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이지혜가 수상쩍은 점괘라도 본 듯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너무 잘 맞아서 기분 나쁠 정도인데······ 그렇게 자세하게 나온다고?”
“소설이 좀 길거든.”
“아무리 그래도. 아저씬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기억해?”
“열심히 읽었으니까.”
“그렇더라도 너무 꼼꼼히 기억하는데······. 기분 나쁘게.”
이게, 기껏 대답해줬더니.
“그때 난 중학생이었고, 취미라곤 그 소설 읽는 게 전부였어.”
“아저씨가 중학생? 푸하핫, 그럼 그거 처음 읽었을 땐 나보다 어렸단 얘기야? 말도 안 돼.”
“누구나 열다섯 살이던 시절은 있어.”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이지혜는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었다는 것처럼 킬킬거리며 웃었다.
“하긴 맞아. 나도 한때는 열다섯이었지.”
이지혜는 그리운 눈으로 자신의 칼집을 내려다보았다.
칼집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작은 키링.
‘멸살법’을 읽은 나는, 물론 그 키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괜찮냐?”
“······이 키링에 대해서도 알아?”
“조금은.”
“이건 뭐 사생활이란 게 없네.”
이지혜가 늘 가지고 다니는 저 키링은,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죽은 그녀의 친구가 선물해준 것이었다.
오래된 ‘멸살법’의 문장들이, 머릿속을 흘러갔다.
「“지혜야. 날 죽여. 괜찮아.”」
여전히 이지혜는 ‘상처받은 검귀’다.
언젠가 그녀의 특성명이 바뀌어도,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지혜는 자신이 저지른 죗값에 대해서는 결코 잊지 않는 인물이니까.
“있잖아, 그 소설의 끝에서 나는 어떻게 돼?”
이지혜의 말에,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잊고 있었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알고 있는 ‘멸살법’의 결말.
짤랑.
귓가에 방울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미리 설치해 둔 안전장치로부터 울려 퍼지는 신호였다.
방울 소리는 이내 귀청을 찢을 듯 공포스러운 박자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짤랑.
“아저씨.”
뭔가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울려 퍼지는 방울의 간격으로 봐서 고블린이나 오크는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강력한 괴물.
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향을 가늠하며 말했다.
“너는 끝까지 살아남아서 행복해질거야. 소설 속에서도 그랬으니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소설이란 애초에 ‘거짓말’이고.
나는 내 거짓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금껏 살아왔다.
“마을 쪽으로 달려. 내가 시간을 끌게.”
“싫어! 아저씨나 얼른 도망쳐! 여기선 아저씨가 나보다 약하잖아?”
“너라도 저 괴물은 상대할 수 없어. 우리 둘이 힘을 합쳐도 무리야.”
현재 이지혜의 실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고블린까지다.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빨리 마을에 가서 도움을 청해. 그래야 너도 나도 살아남을 수 있어. 네가 나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얼른 가! 나는 어떻게든 피할 방법이 있으니까!”
“······정말이지?”
“당연하지. 내가 누군지 잊었어?”
그제야 안심한 듯 이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버텨! 금방 다른 일행들 데려올게!”
이지혜가 사라진 후 십여 초도 채 지나지 않아, 풀숲 사이로 거대한 초록빛의 괴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삼 미터가 넘는 체고에 흉악한 기세를 내뿜는 괴수.
······망할, 오크도 아니고 무려 ‘트롤’인가.
피할 방법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설령 일행들을 데려오더라도, 트롤은 상대할 수 없다.
전멸당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르르르······.
나를 발견한 트롤이 끔찍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이미 무수한 성좌들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오는 길인지, 트롤의 철몽둥이에는 성좌들의 파편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검을 움켜쥐었다.
아마 나는 저 몽둥이에 한 방만 맞아도 그대로 즉사하고 말 것이다.
나를 도와줄 존재가 전혀 없다면 말이다.
그르르르르!
애초에 이 섬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공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불가능한 시나리오에는 숨겨진 히든 피스가 존재하는 법이다.
원작대로라면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트롤의 몽둥이가 하늘 높이 치솟은 순간, 어디선가 살점을 꿰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우욱!
익숙한 칼날이 트롤의 뱃가죽을 뚫고 나와 있었다. 이지혜였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거짓말쟁이야.”
「해상제독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이 작전은 처음부터 그런 이지혜를 믿었기에 가능했다.
분노한 트롤이 손으로 장도를 뽑으며 괴성을 질렀다. 순식간에 아무는 상처.
장도를 내버리고 내 곁에 선 이지혜가 웃으며 말했다.
“죽어도 같이 죽자고, 아저씨.”
트롤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며, 나 역시 웃었다.
이지혜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굴하지 않고 살아온 역사가, 결국 그녀를 살릴 테니까.
트롤의 몽둥이가 떨어지는 것과 숲속에서 기척이 들려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왔다.
어둠을 가르는 은빛 장검.
그리고 나는 똑똑히 보았다.
검강도, 에테르 블레이드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칼날이 저 무시무시한 트롤의 목을 장난감처럼 잘라내는 모습을.
「1세대의 망자(忘者)들이 가장 좋아하는 테마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낭만’이다.」
1세대. <스타 스트림>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들 중 하나.
그 설화의 주인이 말하고 있었다.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이런 경우는 381년 만에 처음인데.”
자세히 보니, 나타난 인물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게 내가 말했지 않은가. 그런 친구들이라고.”
“정말이었군. 바깥에도 아직 쓸 만한 이야기가 남아 있었어.”
호탕하게 퍼지는 웃음소리. 뭔가가 이상했다. 이건 원작에는 없던 일인데? 뒤이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존재의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이군, 후인이여. 바깥 세계 시간으로는 3년만인가?”
놀랍게도, 그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