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32화
밀려오는 괴물들의 파도를 보며, 나는 호흡을 고르고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레벨 15의 근력이 한꺼번에 응축되며, 내딛은 발에 강력한 추진력이 실렸다.
뚫는다.
파바바밧!
송곳니를 앞세운 땅강아쥐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고, 그롤의 단단한 뿔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들었다. 찌이익. 레벨 15의 체력으로 단련된 피부도, 그롤의 뿔에 연타로 찔리자 멍이 들고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번 책갈피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책갈피]가 발동되며, 망상악귀 김남운의 [흑화]가 전신을 감쌌다. 나는 달려드는 괴물들을 정면으로 밀어내며 달려갔다.
몸통 곳곳에 송곳니가 파고들었고, 땅강아쥐 몇 마리가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달리고, 또 달리고.
저기다.
그렇게 마침내, 원작에서 명시된 벽면이 보였다. 나는 달려드는 땅강아쥐의 머리를 힘껏 밟고 도약했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2인용 그린 존.
그런데······ 제기랄.
[그린 존 1/2]
이미 선객이 있었다.
“······.”
나는 뒤쪽에서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도 잊고, 잠시 놈을 바라보았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녀석이 그곳에 있었다.
“야.”
놈이 나를 보았다.
“비켜주면 안 되냐? 넌 여기 안 들어가도 살 수 있잖아.”
“곤란하군. 오늘은 피곤해서.”
재수 없는 낯짝을 세게 갈겨 주고 싶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마 ‘3회차’의 유중혁이 여길 알고 있었을 줄이야.
‘멸살법’에서 유중혁이 최초로 숨겨진 그린 존을 이용하는 것은 4회차의 일이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젠장, 서술되지 않은 2회차부터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럼 왜 원작의 3회차에선 안 썼던 건데?
크르르르!
뒤에서 쫓아오는 땅강아쥐의 울음소리. 작가를 원망하기엔 너무 늦었다. 파르르 떠는 이길영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나는 유중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아이는 받아 주지.”
“아이라도 받아 줘.”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보나마나 성좌들을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그린 존 2/2]
이길영을 내려놓자, 그린 존의 표식이 바뀌었다. 이제 이길영은 안전할 것이다.
“형! 잠깐만요! 형!”
이길영이 다급히 내 쪽을 향했지만, 유중혁의 단단한 손이 이길영을 제지했다. 나는 달려드는 땅강아쥐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눈을 감습니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안쓰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순간, 유중혁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내가 죽을 거라고 했잖아.」
밀려드는 괴물들의 파도.
이제 남은 ‘그린 존’은 없다.
“안 죽는다니까.”
나는 괴물들을 무시하고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사실 이건 정말 쓰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후유증이 어떨지 장담할 수가 없으니까. 이젠 [제 4의 벽]을 믿는 수밖에.
「그건······?」
경악으로 물드는 유중혁의 눈빛.
자식, 알아봤냐? 하긴, 넌 알아도 절대 못 쓰는 방법일 테니까.
나는 손바닥 위에서 하얗게 빛나는 돌을 내려다보았다.
[스펙터의 영석].
충무로에 오는 길에 유령종 스펙터를 사냥하고 획득했던 아이템이었다.
콰직, 꽈지직!
수백의 땅강아쥐들이 내 전신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자잘한 상처에서 피가 터졌고, 그롤의 뿔에 찔린 어깨가 붉게 물들었다. 육체의 내구도가 빠르게 줄어가는 순간, 나는 손에 쥔 영석을 그대로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입속에서 수증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수증기는 이내 자욱한 안개가 되었고, 안개는 내 주변을 모두 덮었다.
[환영 감옥이 활성화됩니다.]
나를 물어뜯던 땅강아쥐와 그롤들이 일제히 공격을 멈추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하나 둘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플랫폼도, 유중혁도, 나를 애타게 부르는 이길영의 모습까지.
그렇게 나는 ‘유령종’이 되었다.
*
「독자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바로 알아차렸다. 이게 꿈이라는 것을.
말려들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았다. 바닥이 수렁처럼 가라앉아 나를 삼켜버리는 기분이었다.
[지나친 몰입으로 인해 ‘제 4의 벽’의 영향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집니다.]
비대해진 의식이 멋대로 장면을 짜깁기하기 시작한다.
피가 낭자한 거실. 차갑게 식은 남자의 시신. 시신을 내려다보는 여자의 뒷모습. 안 된다. 이 기억은 곤란하다. 떠올려선 안 돼.
고개를 마구 휘저으며 십여 분을 발악한 뒤에야, 장면은 눈앞에서 흩어졌다.
빌어먹을 트라우마······.
내게도 보고 싶지 않은 기억 정도는 있다.
[스펙터의 영석]을 먹는 걸 꺼려했던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스펙터의 영석]은 사용자를 일시적으로 ‘유령종’ 상태로 만들어 괴물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해주지만, 사용자의 트라우마를 최대치로 폭주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다른 일행들에겐 주지 못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사용했더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광인이 되어 버렸을 테니까.
······.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긴 해도, 아직 버틸 만 하다.
확실히 [제 4의 벽]이 사기는 사기다. 그나마 이 스킬이 있어서 영석을 먹고도 이정도로 끝나는 것이겠지. 최상급 ‘정신 방벽’으로도 이만한 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스킬은······.
「유중혁? 당신, 유중혁인가요?」
또 트라우마가 시작된 건가 싶었는데, 이번엔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내 기억이 만들어 낸 목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뒤를 돌아보니 낯선 여자가 있었다.
「······유중혁은 아니군요. 한국인인 것 같은데, 당신은 대체 누구죠?」
눈부신 금발의 외국인. 작은 키의 미소녀가 그곳에 있었다.
소녀는 한참이나 나를 들여다보더니 불가해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요. 몇 번이고 미래를 봤지만, 당신 같은 존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소녀의 왼쪽 홍채에서 불길한 적색이 소용돌이치는 것이 보였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나는 이 인물을 알고 있다. 아니,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하필 이럴 때······.
[전용 스킬, ‘등장인물 일람’이 발동합니다!]
[등장인물 ‘안나 크로프트’가 ‘정신 방벽 Lv.6’을 사용 중입니다.]
[‘등장인물 일람’이 ‘정신 방벽 Lv.6’을 무시합니다.]
[해당 인물의 관련 정보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등장인물 일람’이 ‘요약 일람’으로 변환됩니다.]
+
<등장인물 요약 일람>
인물 : 안나 크로프트
특성 : 예언자 (전설), 구원자 (전설)
전용 스킬 : [미래시(未來視) Lv.5], [과거시(過去視) Lv.4], [통찰력 Lv.8], [천리안 Lv.4], [상급 마법 연마 Lv.4], [정신 방벽 Lv.6], [거짓 간파 Lv.7], [대악마의 시선 Lv.1]······.
+
공간적 제약을 무시하고 멋대로 남의 의식 속에 들어올 수 있는 여자. 미래를 보고, 그 미래를 통해 세상을 설계하려 하는 여자.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는, 멸살법에 단 한 사람뿐이다.
“안나 크로프트.”
「···어떻게 나를 알고 있죠?」
눈을 휘둥그레 뜬 그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난 예언자거든.”
[등장인물 ‘안나 크로프트’가 ‘거짓 간파 Lv.7’를 발동합니다.]
[‘거짓 간파’가 당신의 말이 거짓임을 확인했습니다.]
역시, 진짜 예언자한테 거짓말은 안 먹히는구만.
「······순순히 정체를 밝히세요. 당신은 누군가요?」
그녀의 작은 입술이 곧게 다물어졌다. 마치 시위라도 하는 듯한 모습.
대충 어떻게 된 상황인지 예상은 간다. 이 여자가 내 존재를 눈치 챈 것은, 아마 [제 4의 벽]의 영향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진 까닭이겠지. [제 4의 벽]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런 스킬이 맞다면 말이다.
그나저나······ 실망인데.
“정말 내가 누군지 몰라서 온 거야?”
「···네?」
“내가 보내 준 ‘어룡의 핵’, 잘 받아썼잖아?”
안나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핵의 마력으로 ‘대악마의 눈동자’를 눈에 심었을 텐데? 아니야?”
「서, 설마 당신? 거래소에 ‘부러진 신념’을 요청한······?」
[대악마의 눈동자]. 무려 100만 코인짜리 아이템을 후원 받았던 빌어먹을 다이아 수저가, 바로 눈앞의 이 여자였다. 거참 부럽구만.
「당신! 대체 이름이 뭐죠? 어떻게······.」
[전용 스킬, ‘제 4의 벽’의 영향력이 천천히 돌아옵니다.]
「어째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지······?」
그녀의 눈빛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타인의 의식에 간섭할 수 있는 [대악마의 시선]의 영향력이 감쇠하며, 그녀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져 간다. 나는 배웅하듯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언젠가 만나게 될 거야. 대륙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완전히 복구 되었습니다.]
이윽고 안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기척이 사라지자, 가까스로 안도의 숨이 놓였다.
사실 아까부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중이었는데 하필 ‘안나 크로프트’라니. 별로 일진이 안 좋다.
[스킬의 효과로 ‘환영 감옥’에 대한 면역이 발생합니다.]
···빌어먹을, 너무 늦잖아.
쨍― 하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맑게 개는 기분이 들었다.
불쾌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한다. 나는 명료한 사실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조금씩 이성을 움직여 보았다.
나는 김독자다.
세계는 멸망했고.
‘멸살법’은 현실이 되었다.
이곳은······ [환영 감옥] 속이다.
나는 스펙터의 영석을 먹고 잠깐 유령종이 되었다.
유령종이 되면, 지하종의 공격을 받지 않으니까.
그래, 그랬었지.
그래서······ 세상이 이렇게 보이는 거야.
마약이라도 먹은 듯한 풍경 속에서, 시간의 흐름은 좀처럼 가늠이 되질 않았다. 조금씩 불안해진다.
유상아와 이현성은, 정희원은 어떻게 됐을까.
유중혁 자식, 길영이를 죽이거나 하진 않았겠지?
설마 아직도 세 번째 시나리오가 진행 중인가?
아직도 땅강아쥐들이 있으면?
그롤 놈들이 나를 잡아먹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고 있으면?
만약 그러면······.
······형.
······제발.
······독자 씨!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용 스킬, ‘파마 Lv.1’을 발동합니다!]
그래,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
흡,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친 숨이 토해져 나왔다. 뺨에 닿는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
“독자 씨!”
희뿌연 안개가 개듯 시야가 맑아졌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유상아의 얼굴이었다. 그 뒤에 염려 가득한 얼굴을 한 이현성과 정희원도 보였다.
“······시나리오는?”
“끝났어요, 독자 씨. 해냈어요. 해냈다고요!”
···그런가. 해냈구나.
흥분한 일행들을 보며, 나는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종일 굳은 자세로 있었는지, 근육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기뻐하기는··· 이릅니다.”
“네?”
“이제 겨우 하루를 버텼을 뿐이니까요. 어제가 사흘 째였으니······.”
내가 일어나려는 기미가 보이자, 황급히 다가온 이현성이 나를 붙잡았다.
“독자 씨! 안 됩니다. 한숨도 못 주무셨지 않습니까?”
“지금이 몇 시죠?”
“오전 8시 30분입니다. 시나리오가 끝나고 30분 정도 지났습니다.”
8시 30분이라······ 다행히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보여야 할 얼굴이 하나 없다.
“길영이는 어디 있죠?”
“아, 길영이는······.”
정희원의 말을 잇기도 전에, 나는 이길영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이지혜를 대동한 유중혁이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길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유중혁 저 자식이 왜?
순간, 내 일행을 보고 놀라던 유중혁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그때 유중혁이 ‘현자의 눈’으로 본 건······?
“언제 ···를 마쳤지? 분명 전에는 없었던 ······인데.”
영석의 후유증 때문인지, 유중혁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뒤이어 이길영이 말하고 있었다.
“얼마 안 됐어요.”
“···정말 나와 같이 가지 않을 테냐?”
“네.”
“저놈보다, 나랑 같이 다니는 게 훨씬 빨리 강해질 수 있다. 그래도 안 갈 테냐?”
“네. 그래도 안 가요.”
“···바보 같은 꼬마로군.”
눈살을 찌푸린 유중혁이, 내 쪽을 흘끗 일별하고는 돌아섰다.
[전용 스킬, ‘전지적 독자 시점’ 2단계가 발동합니다!]
「······운 좋은 놈.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조금 더 살려두도록 하지.」
지지 않고 한마디 해 주고 싶었는데, 몸에 기력이 없었다.
“독자 형!”
깨어난 나를 발견한 이길영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멀어지는 유중혁의 생각이 머릿속을 울렸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오늘 치 공략도 끝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공략? 무슨 공략을 말하는 거지?
생각을······ 해야 되는데.
젠장, 너무 피곤하다.
풀썩, 몸에 힘을 빼자 다시 섬유 너머로 허벅지의 포근한 감촉이 뺨에 닿았다.
“유상아 씨······.”
“네, 네!”
“죄송한데, 저 조금만 잘게요······.”
그리고 나는 잠에 빠져 들었다.
어떤 꿈도 없는, 간만의 달콤한 잠이었다.
*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두 시간 뒤의 일이었다.
[야, 언제까지 쳐 자고 있을 거야!]
시끄러운 목소리에 불쾌한 마음으로 눈을 떴더니, 아까보다는 훨씬 두툼하고 딱딱한 감촉이 뺨에서 느껴졌다.
“······아, 독자 씨 일어났네.”
생긋 웃는 입술. 정희원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상아 씨는 내가 잠시 쉬라고 했어요. 우리도 어제 잠 못 잤거든요.”
고개를 돌려 보니, 유상아가 벽에 기대어 새근새근 졸고 있었다. 정희원이 웃었다.
“근데, 이현성 씨 허벅지는 편해요?”
고개를 돌려 보니 바로 위쪽에서 이현성이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금일 아침 점호느은······ 당직 사관이 직접 실시한다아······.”
······뭔가 베개 높이가 안 맞는다 싶었더니 이현성 허벅지였나.
군용 베개피 냄새가 나는군.
“독자 형······.”
묵직한 느낌에 배 쪽을 내려다보니, 이길영이 고양이처럼 웅크린 채 기대어 자고 있었다.
슬며시 고개를 빼 몸을 일으키는 순간, 비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하, 일어났네? 그럼 이거나 받으라고.]
그리고 귓가에 쏟아지는 메시지.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의 트라우마를 안타까워합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당신의 과거를 흥미로워 합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어머니를 궁금해합니다.]
[성좌들이 당신에게 1800 코인을 후원하였습니다.]
······개자식들. 그새 남의 과거를 잘도 훔쳐봤구만.
메시지는 끝이 아니었다.
[당신은 ‘그린 존’ 없이 충무로의 밤을 견뎌냈습니다.]
[당신은 충무로역에서 두 번째로 ‘끝나지 않는 새벽’ 업적을 완수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1000코인을 받았습니다.]
[보유 코인 : 22,650 C]
그래도 이 정도면 목표 금액은 달성했다.
괜히 하룻밤을 힘들게 버틴 게 아닌 것이다.
하품을 하던 정희원이 물었다.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어제처럼······.”
“아뇨, 오늘은 안 됩니다. 그건 하루 밖에 못 쓰는 방법이에요.”
물론 오늘도 운이 좋으면 랜덤하게 생성되는 ‘그린 존’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멸살법’에는 4일차의 그린 존 생성 위치가 상세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럼······.”
정희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오늘 세 번째 시나리오를 완전히 끝낼 겁니다.”
“네?”
조심스레 이길영을 눕혀 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원래는 이럴 계획이 아니었지만, 유중혁 녀석이 딴 맘을 품고 있는 걸 안 이상 사태를 두고 볼 수는 없다. 어제야 남은 시간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오늘부터는 얘기가 다르니까.
“땅부자를 끌어내러 가죠.”
“···어떻게요?”
정희원의 질문에, 나는 곤히 잠든 이현성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껴뒀던 비밀병기를 써야죠.”
이제, 충무로의 주인을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