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27화 그로부터 몇 분 후, 나는 다시 동대입구역으로 내려와 땅강아쥐 고기를 으적으적 뜯고 있었다. 맹독 안개에 오염된 피부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이 정도 오염은 지하종의 고기를 먹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된다. [······야! 정신 나갔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리고 지금 내 귓가엔 노발대발하며 나를 공격하는 비형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시끄러워.’ [아니, 시발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성좌의 우상을 그런 식으로 파괴하다니! 채널 망하는 꼴 보고 싶어? 저 ‘대머리 의병장’이 악평이라도 떠들기 시작하면······!] 성좌의 우상(偶像). 어느 세계에나 성좌는 있고, 역시나 한국에도 있다. 그나저나 수식언이 ‘대머리 의병장(義兵將)’이라니. 그래도 한국의 위인인데 너무한다 싶었지만······. 사실 내가 그런 말을 할 계제는 아니지. [거적을 걸친 한 성좌가 당신의 만행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낄낄 거립니다.] 모든 우상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성좌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 만약 올바른 방법으로 우상의 봉인을 해제한다면, 화신체는 그 성좌가 생전 사용했던 힘― 즉 아이템이나 스킬을 일정 확률로 얻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봉인 해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걸로 내가 원하는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 나는 스마트폰에 띄워진 멸살법 파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명대사 동상에는 봉인이 걸려 있었을 텐데, 어떻게 스킬을 얻은 거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라는 말이 있죠.” “뭐? 너 설마······.” “하하, 시험 삼아 해본 건데, 그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렇잖아요. 동상이란 건 전부 우상 숭배라고요.” “야! 다들 이 새끼 조심해. 성좌한테 저주 받았을 거야 분명.”」 충무로로 진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서 사명대사의 ‘스킬’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상 자체를 파괴하는 것. 물론 ‘도깨비 보따리’로 비슷한 걸 사는 방법도 있겠지만······ 코인은 아낄수록 좋은 거니까. “그래서, ‘남자의 비밀’은 잘 해결했어요?”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어느새 정희원을 비롯한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네. 그리고 여러분께 드릴 게 있습니다.” 나는 가져온 아이템들을 주섬주섬 품속에서 꺼냈다. 정말 운 좋게도, 사명대사의 우상은 스킬뿐만 아니라 아이템도 토해냈다. [사명대사의 염주] [사명대사의 거적] 넝마 같은 장포와 낡은 염주. 일행들의 눈에 의문이 깃들었다. 무슨 생각들을 하는지 알 법 하군.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이 세계에서는 ‘낡은 것’ 일수록 ‘훌륭한 것’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기엔 이래도 좋은 아이템들입니다. 위인의 유품이니까.” “위인이요?” “사명대사라고 아십니까?” [거적을 걸친 한 성좌가 당신의 행동에 멈칫합니다.] 정희원이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누구에요?” [거적을 걸친 한 성좌가 등장인물 ‘정희원’에게 기함합니다.] “아! 저 알아요!” 다행히 아는 사람이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유상아였다. “한국사 자격증 공부할 때 본 기억이 나요! 조선 중기의 승려죠?” “네, 맞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싸워 한반도를 지키셨다는······ 노원평 전투와 우관동 전투!” 과연 유상아다. 나도 한국사 공부는 했지만 저런 것까진 알지 못하는데. [거적을 걸친 한 성좌가 인물 ‘유상아’에게 감동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튼 이 아이템들엔 그 분의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말요?” “뭐야, 진짜잖아!”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정희원과 이현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독자 씨는 이건 또 어떻게 알고 얻어 오셨습니까?” “그냥, 혹시나 싶어서 사명대사 동상에다가 합장을 했더니······ 하늘에서 이런 게 떨어지더군요.” “예? 그럴 리가······.”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개소리지만, 사람이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일 땐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는 짐짓 엄숙한 투로, 일행들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제 생각엔······ 사명대사님이 한국을 위해 보내준 물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 일행들의 ‘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나는 애써 무시하고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얘기도 아니다. “임진왜란 때처럼 이번에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유품을 전해주신 건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지금의 한국도 국란(國亂)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거적을 걸친 한 성좌가 당신의 언변에 뭉클합니다.] 그리고 국란의 시기엔 언제나 사기꾼들이 득세하는 법이다. “······이런 세상이니까 그런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진 않겠네요. 어쩌면 사명대사님도 ‘성좌’들 중 하나일지 모르겠어요. 그렇죠?” 놀랍게도 유상아가 제일 먼저 납득한 기색을 보였다. 어쩌면 내가 무안할까봐 선수를 친 건지도 모른다. 우스운 것은 유상아가 수긍하자, 단순한 이현성이 곧바로 납득해버렸다는 것이다. “역시 사명대사님······.” 새삼스레 애국심이 돋았는지 이현성은 당장 육군 복무신조라도 읊을 듯한 표정이었다. 이길영도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말도 안 된다는 듯 나를 흘겨보고 있는 것은 정희원 뿐이었다. [거적을 걸친 한 성좌가 자신의 수식언을 드러냅니다.]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이제 됐지?’하는 표정으로 하늘을 보자, 비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좌들의 힘과 재력은 곧 그들의 유명세와 직결된다. 때문에 모든 성좌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퍼뜨리는 걸 무척 좋아한다. 자길 대놓고 찬양하는데 싫어할 성좌가 어디 있겠어. “염주는 사명대사를 알고 계셨던 유상아 씨에게 드리죠.” “정말요? 제가 받아도 돼요?” “사명대사님도 유상아 씨가 쓰는 걸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사실 [사명대사의 염주]는 성좌가 쓰던 것 치고는 성능이 좋지 않았다. 성좌가 썼다고 다 성유물이 되는 것은 아닌데다, 아무래도 사명대사가 전 세계적으로 위명을 떨친 인물이 아닌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 그래도 나름 B급 아이템이고, 마력 회복 증가에 항마력을 키워주는 보조 옵션도 붙어 있다. 옆에서 부럽다는 듯 유상아를 보던 정희원이 말했다. “유상아 씬 아는 거 많아서 좋겠다. 난 학교 잘 안 나가서 그런 거 잘 모르는데.” “아··· 그··· 저기.” “농담이에요, 농담.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나는 뾰로통해진 정희원을 향해 말했다. “정희원 씨 것도 있습니다.” “제 것도요? 그 거적 주려고요?” “네.” “됐어요. 아무리 급해도 그런 건 안 입을래요.” “······그러지 말고 입어 보시죠.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잠깐 망설이던 정희원이 거적을 조심스레 걸쳐 보았다. 나름 멋부리려 노력하는 모습이었으나, 사실 어떻게 봐도 그냥 거지발싸개였다. [독식을 좋아하는 한 성좌가 당신의 행위를 비난합니다.] [우애를 찬양하는 한 성좌가 당신의 행동을 좋아합니다.] 성유물인 [사명대사의 죽장]이 나왔다면 당연히 내가 가졌겠지만, 다른 두 아이템은 지금 당장의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하철의 스크린도어에 이리저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던 정희원이, 조금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뭔가 잘 설명하긴 힘든데··· 갑자기 정의감이 마구 샘솟는데요.” [사명대사의 거적]은 화신의 정의감과 의지력을 고양시키는 아이템이다. 나한테는 별 필요 없지만, 매사에 열혈인 정희원에겐 꽤나 쓸만한 아이템일 것이다. “사명대사라고 했죠? 뭔가 죄송한 기분이네요. 나도 공부 좀 열심히 할걸.”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상황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100코인을 후원 받았습니다.] 나는 농담 삼아 말해주었다. “그럼 가서 합장이라도 하고 오시죠.” * 농담이었는데, 정희원은 정말로 합장을 하고 왔다. [맹독 안개]에 노출되는 바람에 중독에 걸린 정희원은 곁에서 땅강아쥐를 열심히 뜯으며 말했다. “······근데 그거 누가 다 부숴놨던데요? 설마 독자 씨가 한 건 아니죠?” “······.” “······독자 씨?” “그보다 슬슬 준비하시죠. 곧 충무로니까요.” 나는 캄캄한 터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길영의 [다종 교감]을 이용해 안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겨온 것도 벌써 20여 분이 흘렀다. 동대입구에서 충무로까지의 직선거리가 1km가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슬슬 ‘그게’ 나타날 때가 됐다. [새로운 서브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역시, 생각하기가 무섭구만.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 <서브 시나리오 ― 환영 감옥> 분류 : 서브 난이도 : D~F 클리어 조건 : 제한 시간 내에 환영 감옥에서 탈출하시오. 제한시간 : 1시간 보상 : 300코인 실패시 : ??? + [서브 시나리오― ‘환영 감옥’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그 ‘유중혁’도 이 시나리오에서는 제법 고전했을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회귀자에게 가장 위험한 함정 중 하나니까. 유상아가 물었다. “환영 감옥? 이게 뭘까요?” 묻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다. “옵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희뿌연 안개 같은 것들이 잔뜩 몰려왔다. 터널을 점령한 안개는 주변의 시야를 순식간에 차단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일행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마치 마약이라도 한 듯 일그러진 풍경 뿐. “으앗······ 기분 나빠!” 정희원이 비명을 질렀다. 아마 정희원은 지금 내가 보는 것과 다른 것을 보고 있을 것이다. 「독자야.」 듣기 싫은 목소리. 줄곧 잊고 있었던 이의 목소리가, 마약 같은 풍경 속에서 들려왔다. 내가 이 정도라면 다른 일행들은 더욱 심하겠지. “······뭔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독자 씨! 거기 계십니까?” “독자 씨! 독자 씨!” 일그러진 시야 속에서 일행들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환영 감옥]. 사람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광기로 이끄는 공간. 「독자야, 너는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알겠지?」 풍경이 뭉개지며 어떤 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가만히 허공을 노려보다가, 씁쓸히 웃었다. 마치 이것이 현실임을 부정하듯이.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발동합니다!] [스킬의 효과로 ‘환영 감옥’에 대한 면역이 발생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짐과 동시에 불편한 감각이 사그라졌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정신력에 감탄합니다.] [100코인을 후원 받았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한 성좌가 당신의 기억을 엿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합니다.] 환영 감옥의 힘이 약해지자, 주변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모두 진정하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세요.” 환영 감옥에 빠진 존재들은 이지를 상실하고 주변을 향해 자신의 광기를 쏟아낸다. 때문에 환영감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주변의 동료들이다. 유중혁이 혼자서 행동을 개시한 것에는 이 감옥을 우려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 이병 이현성. 잘못 들었습니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엄마!” “이··· 이 개 같은 새끼들아!” ······벌써 늦었나. 광기에 휩싸인 일행들의 절규가 들려왔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독자 씨?” 순간, 환영 감옥 속에서 유상아의 모습이 드러났다. 손목에 낀 [사명대사의 염주]가 환하게 빛을 뿜고 있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군. 나는 유상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주변을 엄호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이 공간을 파괴할 겁니다.” 유상아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용 스킬, ‘파마(破魔) Lv.1’을 발동합니다.] 파마(破魔). 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킬인 퇴마(退魔)보다 한 단계 윗선의 스킬. 굳이 사명대사의 동상을 부순 것은 바로 이 스킬 때문이었다. [전용 스킬, ‘파마 Lv.1’가 ‘환영감옥’을 해제합니다.] 과연, 사명대사가 쓰던 스킬이라 그런지 효과가 직방이다. 퇴마를 구입했다면 해제하는 데 1분은 걸렸을 텐데. 스르르. 안개가 물러가고 환영 감옥이 사라지자, 일행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우, 우리의 결의!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으······으······엄마.” 대체 무슨 트라우마들이 있는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현성은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엎드려 있었고, 이길영은 무릎에 머리를 박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유상아가 먼저 나섰다. “현성 씨? 길영아! 다들 정신 차리세요!” 순간, 뒤쪽에서 눈먼 칼날이 날아들었다. 다행히 칼날은 빠르지 않아서 피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다 죽여 버릴 거야.” 정희원이 미친 사람처럼 허공을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서서히 붉어져 가는 정희원의 눈동자를 보며 가슴이 철렁했다. 위험했다. [귀살]의 징조였다. 퍽! 나는 수도로 정희원의 뒷목을 강하게 쳐서 기절시켰다. 다행히 정희원은 그대로 뻗었다. 혹시나 이런 일이 있을까봐 [사명대사의 거적]까지 준 건데, 생각보다도 정희원의 정신상태가 허약한 모양이었다. “유상아 씨, 정희원 씨를 좀 부탁드립니다.” “······네, 네!”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서브 시나리오의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300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클리어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눈앞에 괴물들이 등장했다. 마치 엑토플라즘(Ectoplasm)을 연상시키는, 흐물흐물한 형태의 괴생물체들. 8급 유령종, 스펙터. [환영 감옥]을 만들어 낸 범인은 바로 이 스펙터 무리였다. 나는 백청강기를 사용해 ‘신념의 칼날’을 발동했다. 스가각! 뀌이이익! 다행히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스펙터는 ‘환영 감옥’만 파훼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은 괴수였으니까. 소름끼치는 괴성과 함께, 스펙터 무리가 모두 소멸했다. [스펙터의 영석]. 나는 떨어진 영석들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것도 주워 둘 필요가 있다. 유상아의 덕택인지, 일행들은 빠르게 정신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가장 회복이 빨랐던 것은 역시 단순한 이현성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이현성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큰일을 치를 뻔 했군요. 또 독자 씨에게 신세를 졌습니다.” “아닙니다.” “머리가 아파요······.” 이길영은 자기 머리를 계속 통통 두들겼다. 나는 이길영의 머리를 가만히 감싸 주었다.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아마 이 자리에서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는 이 아이의 것일 터다. 멀리서 어슴푸레한 빛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유상아가 말했다. “독자 씨, 다 온 것 같아요.”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정희원은 기절했고, 다른 이들도 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대로 진입해도 괜찮을까? 그러나 내 고민은 다른 이에 의해 해결되었다. 어둠 속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칼날. 그러나 해하려는 의도가 없는, 순수한 위협용 움직임이었다. “당신들 뭐야? 이 구역은 우리 사냥터인 거 몰라?”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입구에, 긴 장도(長刀)를 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열일곱 쯤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에 눈에 익은 여고의 교복. 명찰을 감추려는 듯 후드 집업을 걸치고 있었지만 그것이 눈에 띄는 외모마저 가려주진 못했다. “앗, 저 애는······!” 눈썰미 좋은 유상아가 제일 먼저 그녀를 알아보았다. 나 역시, 그녀를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 또한 소설 속의 주요 조연 중의 하나였으니까. 태풍여고의 유일한 생존자, 이지혜. 그녀는 유중혁이 무리해서 최단시간내 충무로까지 직행한 이유 중 하나였다. “······당신들 혹시 스펙터를 처치하고 온 거야?” 내 손에 쥐어진 영석을 발견한 이지혜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어떻게······ 그건 우리 사부 밖에 못 잡는 건데?” 나는 곧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전용 스킬, ‘등장인물 일람’이 발동합니다!] <인물 정보> 이름 : 이지혜 나이 : 17세 배후성(背後星) : 해상전신(海上戰神) 전용 특성 : 상처 받은 검귀 (희귀) 전용 스킬 : [검술 연마 Lv.3], [귀살 Lv.1], [절대감각 Lv.2], [귀신 걸음걸이 Lv.1] 성흔 : [해상전투 Lv.1], [대군지휘 Lv.1] 종합 능력치 : [체력Lv.13], [근력Lv.12], [민첩Lv.13], [마력Lv.9] 종합 평가 :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죽여 ‘상처 받은 검귀’로 진화한 케이스입니다. 해당 인물의 배후성이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현재 ‘스타터팩’을 적용 중입니다. 역시, 이변은 없었다. 해상전신(海上戰神). 예정대로 이지혜가 그 배후성을 가져갔다. 훗날 있을 해상전쟁에서, 그녀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오랜 전우(戰友)와의 해후에 감동합니다.] [이지혜의 배후성이 ‘대머리 의병장’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열차도 다니지 않는 지하철에서, 희미한 바람이 느껴졌다. 드문드문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이지혜의 머리카락을 보며, 나는 새삼 깨달았다. [메인 시나리오 # 2 – 조우가 종료되었습니다.] [보상을 정산합니다.] 그래, 마침내 도착했다. 이곳 충무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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