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24화 Episode 6. 심판의 시간 한정판 랜덤 아이템 박스. ‘멸살법’의 설정에 따르면 이 아이템은 과거의 ‘시나리오’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코인 아이템이었다. [아, 아니 이,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뒤늦게 나타난 비류도 경악성을 내질렀다. [그, 그, 금방 출시 금지 조치 됐을 텐데!] ‘멸살법’ 원작에 따르면, 이 아이템의 설정은 꽤나 복잡했다. 8612 행성계의 시나리오가 시작되기도 한참 전에 출시된 이 코인 아이템은, 스타 스트림의 관리국에 의해 강제로 회수 조치된 상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위 아이템’을 넣으면 무조건 ‘상위 아이템’을 뱉어낸다는 설정은 시나리오의 밸런스를 위협할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템 박스 하나에 매겨진 가격은 무려 100만 코인. 성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과금 정책에 분노했고, 이 아이템을 고안한 멍청한 도깨비는 관리국에서 해고되었다. [서, 성좌님들. 저게 그러니까아······. 왜 저게 저기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 이, 이히히힛! 방송 종료!] [#BI-7623 채널이 일시적으로 종료됩니다.] 혼자 헛소리를 떠들던 비류가 모습을 감추자, 들려오던 성좌들의 목소리도 사라져버렸다. 성좌들의 반응을 못 보게 된 건 아쉬웠지만, 뭐 어쩔 수 없나. 드드드드. 나는 스스로 진동하는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본격적인 랜덤 뽑기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도검 계통의 아이템을 넣어 동일한 종류의 아이템이 보상으로 출현합니다!] [랜덤 뽑기가 시작됩니다!] 한정판 랜덤 아이템 박스는 투입한 아이템과 관계된 상위 등급의 아이템을 랜덤하게 뱉어낸다. 그러니 확률적으로는 C등급부터 SSS등급까지, 뭐든 나올 수 있다는 얘기였다. 어디까지나, 확률적으로는 말이다. [제물로 바친 아이템이 특정 성좌와 관계되어 있습니다!] [해당 성좌와 관계된 아이템이 출현할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어? 이건 예상치 못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나한테 불리할 것은 없어 보인다. 꾹 쥔 손에 땀이 고였다. 온라인 게임에서 뽑기 아이템을 살 때도 이만큼 긴장이 되진 않았는데. 제발, A등급 정도만 나와라.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출현했습니다!] [랜덤 아이템 박스의 사용 가능 횟수가 0이 되었습니다.] 이윽고 상자의 떨림이 멈추고, 황홀한 빛이 잦아들었다. 나는 눈을 반짝이는 유상아와 이길영을 한 번씩 돌아보았다. “열어 볼까요?” “네!” 우리는 상자를 열었다. “우, 우와아!” 이길영이 너무 큰 비명을 질러서 내가 다 놀랐다. 그런데 그만큼 놀랄 만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고급스런 묵빛의 가드 위로 자란, 새하얀 백색의 검신(劍身)······ 그런데 뭔가 ‘부러진 신념’과 모양이 비슷한데? 나는 곧바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 <아이템 정보> 이름 : 부러지지 않는 신념 등급 : 성유물(星遺物) 설명 : 과거, 그룬시아드의 대마도시대(大魔道時代)를 이끌었던 영웅 ‘카이제닉스’의 검이다. 카이제닉스의 위대한 에테르 지배력이 깃들어 있어, 각각 불, 어둠, 신성(神聖)의 힘이 담긴 ‘신념의 칼날’을 생성할 수 있다. 부가 옵션으로 착용 시 체력과 근력 레벨을 각각 2씩 상승시켜준다. + 나는 잠깐 말을 잊었다. 아니··· 이거 진짜야? 단순한 알파벳 등급이 아니라, 무려 성유물(星遺物)급의 아이템이 나왔다고? “도, 독자 씨! 한눈에 봐도 엄청난 아이템인 것 같은데요?” 엄청난 아이템이 맞다. ‘멸살법’의 세계에서 ‘성유물’은 유일하게 등급표에서 제외되는 아이템이다. 단순히 강력한 성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 아이템들이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모든 성유물에는 살아 있을 적 성좌의 힘이 깃들어 있다. 해당 성좌가 어떤 세계의 영웅인지에 따라, 또 얼마만큼의 인지도를 가졌는가에 따라 성능의 차이는 천차만별이지만, 성좌의 힘이 깃들었다는 것만으로 성유물엔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게다가 체력과 근력을 2씩 올려주다니. 종합 능력치를 1만 올려 줘도 아이템 등급이 A급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가 옵션만 살펴도 최소 S등급에 준하는 아이템이다. 유중혁도 아직 이 정도의 아이템은 못 얻었을 것이다. 나는 예의상 유상아와 이길영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가져도 되겠죠?” “물론이죠. 당연히 독자 씨 거예요.” 미리 못을 박듯 신신당부하는 유상아. 이길영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힐끗 한명오 쪽을 보았지만, 한명오는 그저 멍청한 표정으로 땅강아쥐 다리를 뜯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알 수 없는 소릴 중얼거리면서. 분명 또 자기가 가지겠다는 둥 헛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이상한 일이군. [성유물을 획득하였습니다.] [성유물의 주인이 당신을 궁금해 합니다.] 메시지가 뜨는 걸로 봐서 분명 어딘가에 존재하는 성좌인 모양이다. 나중에 ‘멸살법’을 열어 한 번 찾아봐야겠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보죠. 땅강아쥐는 밖에도 많이 있으니까, 마력 화로만 가지고 돌아가도 될 겁니다.” “근데 어떻게 돌아가죠?” “길영이 능력으로 왔으니, 나가는 것도 문제없을 겁니다. [다종 교감]이라면······.” 그런데 이길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형, 저······.” “응?” “근처에 곤충들이 하나도 없어요.” 생각해 보니 아까 어둠 파수꾼과 싸울 때 주변의 곤충들이 압력으로 죄다 터져 버렸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였다. “정말 한 마리도 없어? 그래도 몇 마리는 살아 있을 텐데. 조금 이동하면서 능력을 쓰다 보면······.” 세상에 곤충들이 얼마나 많은데, 몇 마리 좀 죽였다고 교감할 곤충이 전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이길영은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게, 사실 부를 수 있는 한 마리가 있긴 한데······.” 눈을 감은 이길영이 뭘 중얼거리더니, 집중하기 시작했다. “독자 씨, 길영이가 좀 이상한데요?” 이길영의 눈이 조금씩 뒤집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 코피. “길영아?” 갑자기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위쪽에서 진동이 울려 퍼졌다. 굴 곳곳에서 부스스 떨어지는 먼지들. 이건 지상 쪽에서 오는 진동인데······. 순간, 전신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쿠웅! “길영아! 이길영! 정신 차려!” “에······, 형?” 뒤집어졌던 이길영의 눈이 돌아왔다. “길영아, 스킬 멈춰! 빨리!” 화들짝 놀란 이길영이 스킬을 멈춘 후에야 진동은 잠잠해졌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위쪽의 지상에는 엄청나게 위험한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7급 괴수종인 시독 코뿔소를 비롯한 무수한 고등급 괴수들. 그리고 그 괴물들 중에는, 급수를 알 수 없는 충왕종(蟲王種)도 섞여 있다. 이름을 들으면 알겠지만, 충왕종은 곤충의 일종이다. “넌 진짜······.” 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이길영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지상에 있는 충왕종을 부를 정도라니······ 무슨 파브르냐? 하마터면 여기서 그대로 매장당할 뻔 했다. “당분간 이 스킬은 봉인이야.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절대 쓰지 마. 알았지?” “네에······.” 이길영이 시무룩해져서 대답했다. 이렇게 되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어둠 자락에 그대로 들어가면 길을 잃어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주변에 작은 곤충이 나타나면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들어올 때야 쉬웠지만, 사실 [어둠 자락]은 무척 위험한 곳이다. 길을 조금이라도 잘못 들면 하루 이틀은 금방 사라져버리는 곳이니까. 그런데 유상아가 손을 들었다. “저, 단순히 돌아가는 것뿐이라면 제가 길영이를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요?” 이번엔 [어둠 자락]이랑 대화라도 하시게요, 라고 말하려다가 어쩐지 비꼬는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유상아는 조금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저도 비슷한 스킬이 있어요.”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유상아의 특성과 배후성을 모른다. “어떤 스킬인가요?” “그게, 굳이 설명하자면 실타래로 길을 찾는 스킬인데요······.” 실타래? “······실례지만 유상아 씨 특성이 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유상아는 원작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다. 이길영이나, 한명오의 마음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저, 그건······.” 유상아는 몹시 곤란한 표정이었다. 유상아에게 ‘등장인물 일람’만 쓸 수 있었더라도 이렇게 답답하진 않았을 텐데. 나는 시험 삼아 ‘등장인물 일람’을 한 번 더 발동해 보았다. [전용 스킬, ‘등장인물 일람’을 발동합니다!] [‘등장인물 일람’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인물입니다.] 역시······. 그런데 메시지가 한 줄 더 있었다. [해당 인물은 현재 정보를 수집 중입니다.] ······어? 예전에는 없었던 메시지였다. 그러고 보니 종전의 싸움에서 유상아가 ‘통역’ 스킬을 발동했을 때 얼핏 시스템 메시지가 들렸었다. 원래는 들리지 않던 거였는데. 혹시 ‘등장인물 일람’도 시간이 지나면 업데이트가 되는 걸까? 설마······. 나는 속으로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다가, 곤란해 하는 유상아를 일단 놔주기로 했다. “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그건 그렇고, 잘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자기 특성 정보는 남에게 함부로 알려주지 마세요.” “그게 아니에요! 독자 씨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잘 보니, 유상아는 달리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 유상아 씨의 배후성이 저에 대한 이야길 했습니까?” 유상아가 울상을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떨리는 입술로 간신히 내뱉은 말. 이 정도면 배후성이 무슨 말을 한 수준이 아니라, 계약과 함께 모종의 서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정보 발설과 관련해 목숨의 제약이 걸려 있는 거겠지. 어떤 성좌인지 몰라도 아주 본격적으로 유상아를 키우기로 작정한 모양인데.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꼭 입으로 들어야만 배후성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긴장감에 심장이 뛴다. 비어 있는 행간 사이를 메우고 싶은 독자의 욕구랄까. “그럼 스킬 써 볼게요.” 곧 유상아의 손끝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실 같은 것이 자라나,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렇게 될까봐 아까 납치될 때 ‘실’을 묶어 놓고 왔거든요.” 한 갈래의 실은 나를 향해 이어져 있었고, 다른 갈래는 바깥을 향해 이어져 있었다. 아마 이현성이나 정희원에게 묶여 있는 실일 것이다. “출발하죠.” 유상아가 처음부터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었을 리는 없고, 이건 분명 배후성이 제공한 성흔이다. 그런데 미로를 탈출하는 ‘실’이라. 이거······ 왠지 내가 아는 성좌인 것 같은데. [#BI-7623 채널이 다시 열렸습니다.] 다시 성좌들이 입장하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소수의 성좌들이 채널 송수신 시스템에 클레임을 걸었습니다!] [성좌, ‘심연의 흑염룡’이 랜덤 박스에서 대체 무엇이 나왔는지 궁금해 합니다.] 아, 너는 못 봤지? 그것 참 아쉬워서 어쩌나. [젠장! 이 빌어처먹을 새끼가 내 채널을······ 하하핫! 나 없는 동안 잘들 있었어요?] 그리고 반가운······ 아니, 익숙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비형이었다. * [······내가 없는 동안 또 엄청난 일들을 해치웠더라?] ‘그동안 못 돌아온 건 역시 나 때문이냐?’ [그건······ 그래, 뭐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지. 갑자기 방종한 거랑 광고 너무 오래 띄운 것 때문에 관리국에서 경고 먹고 왔거든.] 지금 비형의 목소리는 나한테만 들리는 상태였다. 도깨비들끼리만 사용한다는 소위 ‘도깨비 통신’이었다. 물론, 화신인 내게 허용하는 건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이제 소소한 건 신경 안 쓰기로 했어. 또 관리국 몇 번 왔다갔다하면 되지. 그보다······ ‘랜덤 박스’는 또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야?] ‘그냥, 어쩌다 보니.’ [빌어먹을. 아직도 흑역사의 잔재가 남아 있었을 줄이야. 하필 그 박스가 왜 거기에······.] ‘흑역사?’ [······.] ‘······잠깐만. 설마 그 어처구니없는 코인 아이템을 기획한 게 너였냐?’ ‘멸살법’의 애독자인 나도 몰랐던 사실이다. [젠장! 그때 욕심만 안 부렸어도······.] “와, 진짜 맛있네요. 이거.” 비형의 투덜거림은 정희원의 탄성에 의해 끊어졌다. 10분 전, 우리는 유상아의 인도로 무사히 다른 일행과 조우를 끝냈다. 다행히 정희원과 이현성은 우리가 올 때까지 경계지를 지키고 있었다. “그걸 먹으면 기운이 좀 회복될 겁니다.” “음, 정말로 몸이 괜찮아지는 것 같은데요.” 시험 삼아 어깨를 휘휘 돌리는 정희원의 안색은 겉보기에도 많이 좋아져 있었다. 실제로 익힌 지하종의 고기에는 해독 성분이 들어가 있다. “거기 들어가서 여러 가지 많이 얻으셨나 봐요? 마력 화로 말고도······.” “몇 개 얻었죠.” 나는 이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현성은 아까부터 내게 받은 [낡은 강철 방패]를 몇 번이나 꼈다 뺐다 반복 하더니 지금은 겉면을 후후 불어 닦아대는 중이었다. 누가 보면 새 차라도 뽑은 줄 알겠다. [등장인물 ‘이현성’이 당신에게 희미한 충성심을 보입니다.] 그 광경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던 정희원이 물었다. “혹시 제가 쓸 만한 건 없나요?” “없는데요.” “그 칼은요?” “제 건데요.” “······고기는 당연히 사람들한테 나눠 줄 거죠?” “코인 받을 건데요.” “그런데······ 정말 쪼잔하네요. 독자씨.” “생존력이 강하다고 해두죠.” 익힌 땅강아쥐 한 마리씩을 짊어진 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어느새 터널이 끝났다. 주변이 급격하게 밝아지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 뭐지 이 급박하고 분주한 느낌은? [유료 정산까지 20분 남았습니다.] [생존비를 준비해 주십시오.] 뒤늦게 시계를 보고 알아챘다. 그렇군. 벌써 그런 시간이 된 건가. ‘유료’라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들릴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코인, 코인 좀 주세요!” “우리 애한테 코인이 없어요! 제발 코인 좀······.” 성실하게 시나리오에 임했다면 100코인쯤은 문제가 아니겠지만, 본래 성실한 인간이란 드문 법이다. “백만 원, 아니 천만 원 드리겠습니다! 누가 100코인만 파세요!”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멸망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 가치도 없던 화폐에, 말도 안 되는 프리미엄이 붙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킬킬 웃는 놈들이 있었다. 이미 코인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녀석들. 천인호와 철두파 패거리였다. 몇몇 여자들이 패거리 쪽으로 몰려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부, 분명 아까는 100코인 준다고 했잖아요!” “흠, 그랬나? 기억이 안 나는데.” “뭐······?” “한 번 더 대주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어때?” 칼을 뽑아든 정희원이 어느새 그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개새끼들이 기어이······.” [등장인물 ‘정희원’의 특성이 개화를 준비합니다.] 슬슬 정희원도 때가 됐다. 지금 개화해도 나쁘진 않겠지만······ 아직이다. 그녀가 내가 생각하는 ‘특성’을 얻으려면 약간의 인내가 더 필요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 때였다. [잠시 후, 생존비 정산이 시작됩니다.] “사, 살려 줘요! 살려 주세요!” 그 말에 일행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이현성은 비통한 듯 고개를 숙였고, 정희원은 칼을 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 ‘유료 정산’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안다. 이곳에 그걸 겪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독자 씨.” 그리고 유상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예.” 이 세계에서 코인은 곧 권력이었다. 코인을 가진 자가 좋은 아이템을 갖고, 코인을 가진 자가 좋은 능력치를 얻는다. 코인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시나리오 추천을 받은 몇몇 성좌들이 추가로 채널에 입장했습니다.] [성좌, ‘은밀한 모략가’가 당신의 선택을 지켜봅니다.]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당신의 선택을 지켜봅니다.] [성좌, ‘악마 같은 불의 심판자’가 당신의 선택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역에서 가장 많은 코인을 가진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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