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72화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절대 왕좌에서 솟아난 빛이 하늘에 닿아 있었다. 빛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는 두터운 먹구름들. 다섯 번째 시나리오, 그레이트 홀(Great hall)의 징조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중급 도깨비가 입을 열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왕좌, 안 받겠다고.” [왜 그런 심술을 부리는지 모르겠군요. 이럴 시간에 1코인이라도 더 버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까 코인도 엄청나게 썼을 텐데요? 순순히 보상을 받으세요. 저 ‘절대 왕좌’의 힘이 없다면, 서울 돔은 결코 ‘다섯 번째 시나리오’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도깨비의 말에 겁을 먹었는지, 광화문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야? 쟨 뭔 생각을 하는 건데?” “잔소리 말고 빨리 앉기나 해!” “젠장, 차라리 내가 앉았더라면······!” 자신의 뜻대로 되고 있다고 여겼는지, 도깨비는 계속해서 말했다. [저 왕좌는 당신이 원하는 것 이상을 줄 수 있습니다. 저 왕좌에 앉는 것만으로 당신의 ‘설화’가 쌓일 것이며, 당신과 계약한 배후성들은 격이 상승할 것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실제로 내 귓가에는 아까부터 성좌들의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성좌, ‘달걀을 세우는 모험가’가 당신의 배후성이 되기를 원합니다.] [성좌, ‘서애일필’이 당신의 배후성이 되기를 원합니다.] ······. [500코인을 후원받았습니다.] 중급 도깨비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미리 경고해두지만, 저는 하급 도깨비들과는 다릅니다. 어설픈 잔꾀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는 ‘절대 왕좌’를 내려다보았다. 도깨비의 말마따나, ‘절대 왕좌’를 여기서 얻지 못하면, ‘다섯 번째 시나리오’의 클리어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나는 도깨비가 말하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다. 이 ‘절대 왕좌’를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하면, 나는 시나리오의 결말에 결코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원작의 유중혁도 14회차에서야 이것을 간신히 눈치챘다. 이 ‘절대 왕좌’는 태생부터가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대체 왜 왕을 안 하겠다는 거야!” 군중 사이에서 흥분한 사람이 나타났다. 숨을 씩씩 내뱉으며, 자신의 삶이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내게 삿대질을 하는 사내. 나는 사내를 향해 되물었다. “그건 내가 묻고 싶군요. 저의 뭘 믿고 ‘왕’을 시키려는 겁니까?” “뭣?” “내가 왕이 된 후에 당신을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벌어진 사내의 입술이 순간 굳어졌다. 나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들 전부 마찬가집니다. 벌써 잊었습니까? 우리는 원래 왕국에 살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째서 벌써 왕국의 백성들처럼 굴고 있는 겁니까?” 내가 왕이 되기 싫은 이유? 간단하다. “나는, 당신들처럼 추한 인간들을 대표하는 왕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나는 하늘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신들처럼 추잡한 성좌들을 배후성으로 두고 싶지도 않고요.” 이어서, 나는 왕좌를 보았다. “그러니 나는 ‘절대 왕좌’에 앉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리고 거의 동시에, 칼을 뽑아 들었다. “다른 사람이 왕좌에 앉도록 허락하지도 않을 겁니다.” 누군가가 앉는다는 것은, 곧 누군가는 앉지 못한다는 의미다. 중급 도깨비의 눈에서 차가운 불길이 일었다. [그쯤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전 참을성이 그리 좋지 않으니까······.] 나는 그런 도깨비를 똑바로 쏘아보며, 말을 계속했다. “대체 언제까지 도깨비들의 ‘시나리오’에 무력하게 끌려다닐 겁니까? 누군가가 ‘절대 왕좌’에 앉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당신들은 조금도 모르는 겁니까?” 한 번 ‘복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그 ‘복종’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한반도의 성좌들. 당신들도 마찬가집니다. 성좌라고 해서 모두가 같지 않다는 건 잘 압니다. 어떤 성좌는 격이 낮고, 또 어떤 성좌는 격이 높지요.” 성좌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 성좌들이 화신을 구경하듯, 어떤 성좌들은 다른 성좌들을 구경한다. 정확히는, 격이 낮은 성좌들을. “하지만 이제 충분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 땅을 불행한 위인들의 각축장으로 만들 겁니까?” [성좌, ‘외눈 미륵’이 침음합니다.] “힘들게 역사를 쌓아 위인급 성좌가 되고, 설화를 쌓아 설화급 성좌가 되고······ 그래서 다음엔 또 뭘 어쩔 겁니까? 더 높은 하늘의, 더 빛나는 별이 된 다음엔? 당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얼마나 이 땅의 후손들을 이용해야 성이 차겠습니까?” [성좌, ‘매금지존’이 침묵합니다.] 잠자코 있던 중급 도깨비가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더이상은 좌시할 수 없겠군요.] 그 말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도착했다. [새로운 ‘서브 시나리오’가 도착했습니다.] + <서브 시나리오 ― 강제 계승식> 분류 : 서브 난이도 : B 클리어 조건 : 왕좌에 앉지 않으려는 화신 ‘김독자’를 제압해, 그를 왕좌에 앉히십시오. 제한시간 : 30분 보상 : 6000코인 실패시 : ― + 그래, 결국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잠깐이나마 내 말을 듣고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결국, 도깨비의 말대로다. 저 사람들도, 나도.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 해봤자, 고작 몇 코인에 양심을 파는 버러지에 불과하니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나갈 수 있으면 지나가 봐.” 내 앞을 막고 선 여자가 있었다. 으르렁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걸음이 주춤거렸다. 정희원이었다. “세계가 어떻게 되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는 거예요.” 어느새 유상아도 다가와 있었다. 망치를 든 이길영도, 기다렸다는 듯 내 뒤를 지키고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정민섭과 이성국도 다가왔다. “······가끔 보면 대표님이 유중혁보다 더 주인공 같습니다.” “유중혁도 이런 미친 짓은 안 하는데······.” 거기에 의외의 인물들도 나타났다. “이번 한 번만 도와주는 거예요.” “짐의 관심법으로 보건대, 설득력 있는 소리였네.” 미희왕 민지원과, 미륵왕 차상경까지. 내 말의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변하긴 한 것이다. 그것이 설령, 이 세계에서 한 줌도 채 되지 않는 가능성이라 해도. [버러지들이 잘들 노는군······ 뭣들 하고 있습니까? 당장 끌어내세요!] 사람들이 왕좌를 향해 달려왔다. 바로 곁에서 사람들의 대열을 밀어내며, 정희원이 물었다. “독자 씨, 뭔가 생각이 있는 거죠?” “네.” “우리가 뭘 하면 돼요?” “시간을 끌어 주세요. 제가 이 ‘왕좌’를 부술 때까지.” 새로운 시나리오의 길이, 이 ‘왕좌’ 안에 들어있었다. 나는 품속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군중들 중 누군가가 외쳤다. “사인참사검이다!” 사인참사검은 S+급 아이템이다. 하지만, 특정한 조건만 만족하면 한순간 ‘성유물’로 바꿀 수도 있는 아이템이었다. 왜냐하면 이 사인참사검은, 위인급 성좌들이 자신의 혼을 다해 벼려낸 아이템이니까. [‘간평의’의 특수 옵션, ‘별의 메아리’를 발동합니다.] [‘별의 메아리’를 통해 당신은 위인급 성좌의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성좌를 호명하겠다.” [별들의 흐름 속에 위인급 성좌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나는 주문을 외우듯, 성좌들의 수식언을 불렀다. “나는 ‘북두칠성의 첫 번째 성군’을 원한다.” 탐랑(貪狼) 성군. “나는 ‘북두칠성의 두 번째 성군’을 원한다.” 거문(巨文) 성군. “나는 ‘북두칠성의 세 번째 성군’을 원한다.” 녹존(祿存) 성군. “나는 ‘북두칠성의 네 번째 성군’을 원한다.” 문곡(文曲) 성군. “나는 ‘북두칠성의 다섯 번째 성군’을 원한다.” 염정(廉貞) 성군. “나는 ‘북두칠성의 여섯 번째 성군’을 원한다.” 무곡(武曲) 성군. [별들의 운항이 시작됩니다.] [여섯 개의 성좌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천반의 모든 별자리가 사라지자, 머릿속이 만원 지하철처럼 갑갑해졌다. 현기증에 비틀거렸더니, 코와 귀에서 동시에 피가 흘러나왔다. 생각을 하는 것조차 힘겨웠다. 여섯 성좌들과 동시에 접촉하자 뇌에 과부하가 걸려버린 것이다. 북두의 성군들이 말했다. [그대는 대체 무슨 생각인가?] [그렇게 우리 모두를 부르면.] [그대의 정신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왜 우릴 부른 거지?] [어째서 쉬운 길로 가려 하지 않고······.] [가시밭길을 자처하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직, 사인참사검을 사용하려면 한 명의 성좌를 더 불러야 한다. 하지만 이제 천반에 남은 별자리는 없었다. [‘간평의’의 사용횟수를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나는 아까 폭군왕에게서 얻은 항아리, [용존]을 꺼냈다. 7인 던전, [용존의 장]의 보상품. 그리고 항아리 속에 두 개의 아이템을 넣었다. “S급 아이템 [삼륜환]을 제물로, S급 아이템 [간평의]의 소모횟수를 재생한다.” [‘용존’이 신묘한 재생의 힘을 발휘합니다.] [S급 아이템 ‘삼륜환’이 제물로 사라졌습니다.] [S급 아이템 ‘간평의’의 소모횟수가 재생되었습니다.] 나는 다시 [간평의]를 사용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의 성좌를 불렀다. “나는 ‘북두칠성의 일곱 번째 성군’을 원한다.” 파군(破軍) 성군. 허공에 수놓인 일곱 개의 별. 마침내 북두칠성을 이루는 칠좌(七座)가 모두 모였다. 일곱 개의 별이, 동시에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북두성군들이여, 저는 별자리의 연을 끊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검을 빌려주십시오.” [······그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네 번째 시나리오의 최종보상인 [절대 왕좌]. 저 왕좌는, ‘이계의 신격’ 중 하나의 힘을 빌리는 아이템이다. 왕좌를 얻으면 당장은 편할 것이다. 유중혁에게 제약을 걸 수도 있을 것이고, 나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서울은, 반드시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구원도 기적도 없는 완전한 파멸. 그것이 함부로 ‘절대’의 힘을 빌린 대가다. 내가 생각한 결말까지 나아가려면, 누구도 저 왕좌를 가져서는 안 된다. [이 하늘의 성좌들조차 왕좌의 창시자를 꺼린다.] [그런데 한낱 인간인 그대가, 저 물건의 주인에게 도전하려 하는가?] “당신들이 도와준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과 싸우는 게 아닙니다. 그저, 주인과 물건 사이에 이어진 별자리를 베는 것뿐.” [그것은 그대가 감당할 수 없는 개연성이다.] [그대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그건 내가 결정합니다. 이제 시작하죠.” 일곱 개의 성좌가 침묵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늘에서 북두칠성이 환하게 빛나더니, 검에 새겨진 별자리가 환하게 타올랐다. [그대의 의지를 존중한다.] [그대가 이곳에서 죽더라도.] [우리들이 그대를 기억할 것이다.] 눈부신 빛살이 사인참사검에 휘감기며, 백색의 검신이 환한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S+급 아이템 ‘사인참사검’이 성유물 ‘사인참사검’으로 진화합니다.] 성유물 사인참사검은 본래 ‘제사용’으로 만들어진 의식용 검이다. 사악한 기운을 끊고, 재앙을 막는 검. 나는 그대로 ‘절대 왕좌’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강,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사인참사검은, ‘성유물’에 연결된 성좌의 연(緣)을 끊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템이었다. 쩌저적.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를 눈치채기 시작했는지, ‘절대 왕좌’에서 불길한 검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몇 번 더 ‘절대 왕좌’를 내려치자, 사인참사검의 칼날이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북두성군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유상아가 외쳤다. “독자 씨! 빨리!” 나는 미친 사람처럼 검을 휘둘렀다. 망가지는 칼날을 도외시하고, 계속해서 왕좌를 내리쳤다. 터지는 불꽃과, 부서지는 칼날. 그리고 마침내. [성유물, ‘절대 왕좌’에 연결된 가호가 사라집니다.] [‘미지의 신격’이 이 세계의 변고를 눈치챘습니다.] ‘절대 왕좌’는 평범한 의자가 되어 빛을 잃었다. 황망히 있던 중급 도깨비가 발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주제 파악 못 하는 버러지가·······!] [서브 시나리오가 강제로 종료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움직임도 멈췄다. 시나리오가 끝난 이상, 그들은 이제 행동을 계속할 필요가 없었다. 북두성군들이 내게 말했다. [화신이여, 찾아올 개연성의 범람에 대비하라.]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속이 울렁거리며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누군가가 내 존재를 늘였다 당겼다 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육신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거대한 힘이 천진하게 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나는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괜찮을 것이다. ‘개연성’이란 결국 ‘그럴듯함’이다. 나는 이 모든 일들이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지금껏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러니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흐려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저 먼 밤하늘 속, 별 하나가 조용히 반짝인 것은 그때였다. [성좌, ‘해상전신’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고요하고 외롭지만, 몹시 온화한 하나의 시선.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둘. [성좌, ‘황산벌의 마지막 영웅’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셋. [성좌, ‘매금지존’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쏟아지는 성좌들의 메시지 속에서 중급 도깨비가 외쳤다. [대체 왜······?] 하나의 별이 더해질 때마다, 나의 고통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는 성좌들이 내가 감당해야 할 ‘개연성’을 조금씩 나눠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럴듯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많은 별들의 동의 속에 ‘그럴듯한 이야기’로 바뀌고 있었다. 무수한 별들이, 자신의 빛으로 나를 감싸고 있었다. 개중에는 내게 힘을 빌려주었던 북두성군들도 있었다. [이것이 그대가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인가?]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우리가 그대를 지켜보겠다, ‘왕이 없는 세계의 왕’이여.] 혼란한 서울의 밤하늘. 나는 내게 빛을 보내는 별들을 마주 바라보았다. [성좌, ‘흥무대왕’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성좌, ‘외눈 미륵’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서울시의 모든 위인급 성좌들이 나를 향해 빛을 뿜고 있었다. 그 많은 별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는 먹구름과 함께 몰아치는 그레이트 홀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네 번째 시나리오가 강제로 종료됩니다.] [예정에 없던 분기가 발생하여, 시나리오 정산에 시간이 소요됩니다.] 코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자, 중급 도깨비가 성큼 다가왔다. [기어코 최악의 선택을 하셨군요. 오늘 일을 평생동안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저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 드리죠.] 나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도깨비가 저렇게 말했다는 것은, 내가 승부에서 이겼다는 뜻이었으니까.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당신의 새로운 설화가 생성됩니다.] [설화, ‘왕이 없는 세계의 왕’이 탄생하였습니다.] [성흔의 가능성을 입수하였습니다.] 내게 다음 ‘회차’는 없다. 나는 이 세계에서,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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