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화
464화
쿠구구구구!
깨진 유리처럼 하늘 곳곳에 검은 선이 갈라져 있었다.
이현성은 여기저기 균열이 번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김독자 병장님, 정말 괜찮은 겁니까?”
“······.”
그 말에,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유는 명백했다. 누군가가 바깥에서 <오즈>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존재들이.
뒤를 돌아보자 일행들도 나를 보고 있었다. 유중혁, 한수영, 유상아, 정희원······.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괜찮아. 내가 괜히 병장인 줄 아냐? 넌 아무 걱정 하지 마.”
*
하늘이 부서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것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현성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군대라는 것은 원래 이런 곳인가?
「김독자는 그저 가만히 미소했다.」
정연한 문장처럼 떠오르는 미소.
김독자 병장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중대장님도 괜찮다고 하실 걸.”
실제로 얼마 뒤, 중대장은 연병장에 병사들을 모아 놓고 중대 발표를 실시했다.
작은 체구에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그녀는, 특유의 표정으로 병사들을 둘러 보더니 입을 열었다.
“중대장은 너희에게 몹시 실망했다.”
뜻밖의 서두에 병사들이 긴장했다.
“너희는 개인 정비 시간에 웹소설을 읽지 않았다.”
이현성은 속으로 찔끔했다. 사실이었다. 어제만 해도, 그는 개인 정비 시간에 웹소설을 읽는 대신 유중혁과 국군 도수 체조를 연습했으니까.
“그래서 중대장은 이만 이 부대를 떠나려고 한다.”
뜻밖의 탈영 선언에 이현성은 망연해졌다.
······떠난다고? 곳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현성.”
정신을 차리자, 중대장이 그의 어깨에 손을 짚고 있었다.
“이병 이현성!”
중대장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반듯한 군복 위로 중대장의 관등성명이 적혀 있었다.
대위 한수영. 그것이 그녀의 직책과 이름이었다.
「“언제까지 얼빠져 있을 거야? 빨리 안 움직여? 김독자 뒈지는 거 보고 싶냐?”」
왜일까. 순간 찌릿한 느낌과 함께 이상한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방금 그건······.
“또또 얼빠져 있네.”
“이, 이병 이현성!”
중대장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이현성을 바라보더니, 뺨을 탁탁 두들기며 말했다.
“책 열심히 읽어. 넌 바보라서 책 많이 봐야 돼. 그래야 오래 살아.”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후, 한수영 중대장은 부대를 떠났다.
*
한수영 중대장이 떠난 후 이틀이 지났다.
하늘의 균열은 여전히 커져 가고 있었다. 마치 멸망하는 세계의 전조라도 보는 것 같았다.
“이현성. 체조는 다 외웠나?”
돌아본 곳에 맞선임 유중혁 일병이 있었다.
“이병 이현성! 완벽하게 외웠습니다!”
“생활관 물통은 채워 뒀고?”
“2L 딱 맞춰서 채웠습니다!”
사나운 유중혁의 눈빛 앞에서, 이현성은 괜스레 주눅이 들었다.
실수한 게 없는데도 그랬다.
“병영 생활 행동강령은?”
“이, 이병 이현성! 그건 아직······!”
말해놓고서 아차 싶었다. 또 혼나겠구나 싶었다. 침을 꿀꺽 삼킨 이현성이 질끈 눈을 감는 순간, 유중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외울 수 있을 거다. 짧으니까.”
“······예? 아, 잘못 들었습니까? 아니, 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무려 두 번이나 연속으로 실수했음에도, 유중혁은 그를 질책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을 보는 유중혁의 눈동자는 더 이상 사납지 않았다.
“나는 내일부로 전출을 간다.”
“······잘못 들었습니다?”
“이현성, 모든 것을 매뉴얼화 할 수는 없다. 언제나 너를 도와줄 맞선임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
왜일까.
돌아선 유중혁 일병의 등이 왜 이렇게 익숙한 것일까.
“매뉴얼이 없어도 선택해야만 할 때도 있다.”
그것이 유중혁 일병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
중대의 인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한수영 중대장, 유중혁 일병, 유상아 중위가 차례로 사라졌고, 어느새 정신을 차렸을 때 중대의 최고 지휘관은 부사관인 정희원 중사가 되어있었다(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현성은 긴급 상황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점호를 마친 이현성의 일과는 정희원 중사와 부대의 시설물들을 관리하거나, 김독자 병장과 병영 문고에 가는 것이었다.
“요즘 군대에도 무협지가 있네. 와, 이거 진짜 오래된 책인데.”
김독자는 책을 좋아했다. 사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하루 종일 책만 보는 인간이었다.
이현성은 그런 김독자의 옆에 앉아 신나게 페이지를 넘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너도 읽을래?”
“어, 저, 저는······.”
채 답변을 하기도 전에, 다시 한번 하늘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김독자의 표정이 희미하게 굳어졌다.
나흘 전 저 굉음이 처음 들려왔을 때 한수영 대위가 사라졌고, 이틀 전 두 번째로 굉음이 들려왔을 때 유중혁 일병이 사라졌다.
이현성은 불안해졌다.
“김독자 병장님.”
“응.”
“혹시 김독자 병장님도 떠나실 겁니까?”
사람들은 그를 떠난다.
그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어 버린다.
김독자가 이현성을 향해 싱긋 웃었다.
“그렇겠지. 난 병장이잖아. 빨리 전역해야지. 말뚝 박을 생각은 전혀 없어.”
“······그렇습니다.”
“너도 얼른 나가고 싶지?”
나가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려던 이현성의 눈에, 돌연 창밖의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튼튼하고 위험해 보이는 철조망.
왜일까, 이제는 저 철조망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웠다.
“저는······.”
저걸 함부로 넘다가는 분명 다치고 말겠지. 하지만 안에만 있다면, 저 철조망은 그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현성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무너지는 하늘. 저 밖에는 그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그곳에는 병영 생활 행동 강령이나 국군 도수 체조가 무의미한 세계가 있다.
고개를 들자 김독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달싹이던 김독자가 다시 한번 능청스럽게 웃었다.
“나가고 싶으면 책 봐, 책.”
“······책을 많이 읽으면 복무 기간이 줄어듭니까?”
그 말에 김독자가 입술을 비죽이더니 말했다.
“책 보고 독후감 쓰면 휴가 정도는 탈 수 있지.”
독후감?
“이번에 사단에서 독후감 공모전 하잖아. 그거 읽고 응모해. 당선되면 포상 휴가라고.”
김독자가 가리킨 게시판에 병영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현성은 그런 것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그렇구나. 독후감. 그런 것을 쓰면, 포상 휴가를 나갈 수가 있구나.
“다 쓰면, 나한테도 꼭 들려주고.”
김독자 병장이 사라진 것은, 다음 날 아침 점호가 끝난 직후였다.
*
“우리 둘만 남았는데 일과는 무슨 일과야.”
투덜거리는 정희원 중사의 목소리.
이현성은 머쓱하게 웃으며 부대 인근의 잡초들을 뽑았다.
“혹시나 모르잖습니까. 중대장님이 돌아오실 수도 있고······.”
정희원은 벤치에 앉아 턱을 괸 채, 신기한 짐승이라도 관찰하듯 이현성을 바라보았다.
“넌 여기가 좋아?”
평소의 정희원 중사라면 쓰지 않았을 말투. 그럼에도 그 말투는, 이현성에게 묘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곧바로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좋지도 싫지도 않습니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곳.
그곳이 바로 ‘군대’에 관한 이현성의 정확한 감상이었다.
“다만, 여기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맞다.
그래서 그는 군대를 택했던 것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그는 세계를 잊을 수 있었다. 취업이나 학업, 타인들의 시선이나 세속적인 문제들, 집안사, 그가 무슨 짓을 해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최근에는 사실, 조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좋았던 것일까. 잘 표현할 수가 없었다.
「“좋아합니다.”」
어째서, 이렇게나 가슴이 아픈 것일까.
그를 마주보던 정희원 중사가 말했다.
“그럼 여기에 있어, 이현성.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잘못 들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잘못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네 세계를 지켜줄게.”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눈부신 빛이 허공에서 쏟아졌고.
정희원 중사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쿠드드드.
어느새 하늘의 균열은 하늘의 절반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렇게 이현성은 혼자 남았다.
*
이게 뭘 하는 짓일까.
정말 여기가 군대가 맞는 걸까.
내가 아는 군대는······.
아무도 없는 부대를 지키며, 이현성은 하던 일과를 반복했다.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구보를 하고, 국군 도수 체조를 했다. 그리고 홀로 정신교육을 마친 뒤 일과를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어제부로 부대 내의 잡초도 다 뽑아 버렸다.
“···독후감.”
뒤늦게 이현성은 김독자의 말을 떠올렸다.
독후감을 쓰라고 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이현성은 병영 문고로 올라갔다. 한때 그곳에 김독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이현성은 묘한 감정의 반향 속에 더미의 제일 위에 놓인 책을 집어 들었다. 익숙한 책이었다.
『오즈의 마법사. ver 999』
언젠가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책.
그러나 한 번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은 없는 책이었다.
이현성은 일단 책을 펼쳐 첫 문장을 읽었다.
「양철 군인은 마음을 갖는 것이 두려웠다.」
양철 군인이라.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인가 보군.
이현성은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양철 군인이 처음 만난 동료는 아주 무서운 사내였다. 양철 군인은 그 사내를 ‘대장’이라고 불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대장?
「양철 군인은 아름다운 천사와 동료가 되었다. 그 천사는 화가 날 때면 종종 악마로 변하곤 했다.」
어째서인지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렸다.
「양철 군인은 두터운 갑옷을 입은 무사와 동료가 되었다. 무사는 자신의 검으로 양철 군인의 강도를 종종 시험하곤 했다.」
왜, 당장이라도 눈앞에 그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을까.
「양철 군인은 무서운 불을 뿜는 용을 동료로 맞이했다. 용은 가끔 천덕꾸러기 같았다.」
나는 한 번도 이런 존재들을 만난 적이 없는데.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온 마왕이, 그들의 소중한 것을 앗아갔다.」
문장을 넘길 때마다 아비규환과 비명의 정경이 스쳐 갔다. 잘 알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이현성은 전신이 떨려왔다.
모르겠다. 이 이야기가 뭔지.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뭔지, 전혀 모르겠다.
그럼에도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그것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끝에서, 양철 군인은 자신의 마음이 아픔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아픔이, 곧 그의 심장이 되었다.」
그 문장을 떠올리는 순간, 이현성은 떠올렸다.
내게도 분명 이런 전우들이 있었다.
「“이 모든 비극이 끝난 후 우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시나리오가 아니게 될 때, 현성 씨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군요.”」
첫 번째 전우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를 따랐다.
「“그때까지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요.”」
두 번째 전우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녀의 말이 옳다고 믿었다.
「“아니, 한 사람 죽더라도 모두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지. 물론 그 ‘한 사람’은 김독자여야 돼. 어차피 그놈은 어떻게든 살아날 테니까.”」
세 번째 전우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모두 그녀가 짠 작전이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
「“아무도 죽는 사람은 없다. 여긴 내게 맡기고 가라.”」
네 번째 전우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에게 등을 맡길 수 있었다.
「“있잖아요, 현성 씨. 만약 내가 현성 씨를 잊게 되면.”」
그리고 다섯 번째 전우는······.
「“날 죽여줘요.”」
기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심장이 뛰고 있었다. 느릿하지만 분명한 감각으로, 내가 그렇게 아프다고, 그곳에 그런 아픔이 존재한다고 역설하듯 한 번 한 번 최선을 다해 뛰고 있었다.
어떻게 이들을 잊을 수 있을까.
주먹을 불끈 쥔 이현성의 몸이 떨렸다. 이곳에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현성은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이제 하늘의 균열은 창공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일행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명백했다.
그들은 자신이 존재하는 이 세계를 지키러 간 것이다.
북한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앙과 맞서면서.
「이현성은 생각했다. ‘내게도 그런 힘이 있을까.’」
[성좌, ‘강철의 주인’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의 배후성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츠츳, 츠츠츳.
그런데, 뭔가가 평소와 달랐다.
분명 그의 배후성일진대, 이제껏 그가 느끼던 시선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성좌, ‘강철의 주인’이 아프냐고 묻습니다.]
이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감정을, 이 마음을 지키고 싶다.」
두려웠다. 이 순간을 또 잊게 될까 봐. 또 자신의 심장이 멈출까 봐. 모든 것이 차가운 은빛 속에서 얼어붙게 될까 봐.
그러자 그의 배후성이 말했다.
【너는 지킬 수 있다.】
마치, 수만 년의 세월 동안 담금질한 강철 같은 목소리.
【하지만 지키지 못한 대가로, 영원을 고통 속에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도 좋습니다. 지킬 기회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이미 잃어버리는 것엔 익숙하다.
중요한 것은, 다시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네 이름은 강철검제다.】
멀리서 철조망이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그가 지켜온 매뉴얼의 세계가 스러지고 있었다.
이현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향해 걸어 나갔다.
*
“독자 씨.”
우리는 부서지는 <오즈>를 지키고 있었다.
강철의 주인,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의 설화가 쇠퇴하면서 <오즈>의 대공 방어 체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오즈를 둘러싼 수백 척의 전함이 보였다. 일행들은 체력을 분배해가며 구멍 뚫린 행성을 지켰다.
하지만 이제 슬슬 그것도 한계였다.
저쪽은 전함을 통한 장거리 공격이 주력. 그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비할 방법은 이지혜의 [터틀 드래곤]과 신유승의 [키메라 드래곤]이 전부였다.
문제는 이지혜의 함선도 신유승의 [키메라 드래곤]도 아직 ‘성마대전’에서 부서진 채 온전히 수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데.
“곧 대공 방어가 무력화 돼요!”
우리는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정희원이 물었다.
“다른 성좌들은 아직도 연락이 없나요?”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를 습격한 저들과 관계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한수영이 투덜거렸다.
“진짜로 후회 안 하냐? 우리 이래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늘 최전방에서 검을 받아낸 건 이현성이었어. 이제 우리가 갚을 차례야.”
다른 일행들도 동의했다.
유중혁은 이미 행성의 가장 높은 고층 빌딩에 올라가 있었고, 정희원은 누구보다 강대한 격을 내뿜으며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이현성을 믿는다.」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 시간이 이현성에게 충분한 시간이길 바랄 뿐이다.
“온다!”
콰아아아아앙!
멀리서 수백 척의 전함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행성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양의 마력탄.
우리는 모두 설화를 전개했다. 어떻게든 이번 일격을 견뎌내야 한다.
모든 마력을 모아―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득한 은빛이, 세계를 덮었다.
천공에 펼쳐진 드넓은 설화 금속의 방벽. 반투명한 장벽의 너머로 무력화된 함선의 포화가 터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 곳에 혼자 남겨지는 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오즈의 마법사』의 설화가 아니었다.
어딘가 근원 부터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설화.
「그 세계에서 그는 강철검제라 불리었다.」
콰콰콰콰콰!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행성 전체를 덮은 증기. 마치 거대한 나무가 가지를 뻗듯 자라난 금속들이 행성의 표면을 덮고 있었다.
<스타 스트림>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저 무시무시한 신화급 성좌들의 병장기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설화금속.
[다수의 성좌들이 설화의 스케일에 경악합니다!]
그 금속으로, 행성 전체를 덮을 정도의 성흔.
저것이 바로 행성 <오즈>가 자랑하는 대공 방어 체계, [최후의 강철]이었다.
“대괴수 특작 사령부 산하, 대위 이현성.”
유중혁보다도 더 큰 키.
내가 아는, 가장 단단한 몸집의 사내.
“금일,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창공의 별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성운 <파피루스>의 성좌들이 ‘강철의 주인’의 생존에 경악합니다!]
바야흐로, 반격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