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202화 “피해!” 아일렌의 외침과 함께 움직이는 처형관의 낫. 「순간 사고가 가속되며 세계가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김독자는 생각했다. 대체 어떤 놈이지?」 나는 이를 악물고 장하영을 향해 달렸다. 원작의 111회차와 시기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해도, 본래의 2회차 밤에는 이런 전개가 없었다. 따로 공작의 지시를 받지 못한 [처형관]들은 이번에도 나를 죽이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두 번째 밤을 날려 보내야 했다. [모 두 죽 인 다.] 그런데 지금 [처형관]들의 행동은, 마치 이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이들 같았다. 누군가 이들에게 명령을 하달한 것이 분명했다. 기이이잉! 간발의 차이로 장하영을 밀쳐낸 나는 [신념의 칼날]을 전개해 처형관의 낫을 받아냈다. 까가가가가각! [전투 충격으로 인해 설화 구성이 불완전해집니다.] 상황이 무척 안 좋다. 나는 지금 싸워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설화 파편, 「복상사한 카사노바의 얼굴 가죽」이 미미하게 손상되었습니다.] 젠장, 내 얼굴! 다행히 [처형관]은 나와 싸울 생각이 없는지, 금방 타깃을 돌렸다. 나는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지만, 그것이 ‘다행’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혁 명 가 는 살 려 둬 라.] “으아아아악!” 처형관의 낫에 베인 공민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직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피를 흘리는 사람들만 벌써 대여섯이 넘었다. “혀, 혁명가님!”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김독자는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책사가 있는 건가? 아니면, 공작이 벌써 수를 쓴 건가? 김독자의 머릿속에서 ‘멸살법’의 이야기들이 빠르게 흘러갔다.」 “모두 이쪽으로 모여요! 흩어지면 지켜줄 수 없습니다!” 「김독자는 판단했다. 공작이 움직였을 리는 없다. 공작이 움직였다면 이 정도 선에서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제4의 벽]의 말이 맞았다. ‘공작’이 움직였다면 벌써 공단은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 “끄아아아악!” 사람들의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곳곳에서 처형관의 낫에 당한 피해가 속출했다. 부상자는 순식간에 열을 넘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적들이 저 많은 공민들을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게임의 규칙상, [처형관]들은 하루에 한 명의 공민만을 죽일 수 있다. 적어도 사흘까지는 그렇다. 이를 악문 아일렌이 외쳤다. “다들 대항해요! 어차피 놈들이 ‘표식’을 쓰지만 않으면 [처형]은 사용할 수 없어요!” 아일렌의 말에 몇몇 공민들이 무기를 들고 대항했으나,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애초에 [처형관]의 능력치를 따라갈 수 있는 공민들은 극소수였고, 설령 대항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끄아아악!” 처형관들이 언제 ‘표식’을 사용할지 모른다는 점이 공민들의 공포를 더욱 가중시켰다. 놈들은 언제든 반드시 ‘표식’을 사용할 것이고, 공민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게다가 경호관은 나를 경호하는 중이기에 그들을 지켜줄 수 없었다. “도, 도망가!” 결국 대열은 무너졌고, 공민들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안 돼! 가지마!” 아일렌이 다급히 외쳤으나, 공포심에 먹힌 공민들의 귓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부상을 당한 공민들이 신음을 토했고,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욕설을 갈기는 이들도 보였다. 「그리고 김독자는 조용히 분노했다.」 이런 짓을 한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누구든······. “살려, 살려 주세요······.” 상처를 입은 공민들이 나를 향해 기어왔다. 상세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 중 일부는 운이 나쁠 경우 [밤]이 끝난 후 죽게 될 것이다. 달아난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 [밤]은, 지금껏 찾아온 공단의 어떤 밤보다 끔찍한 밤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기서 더 피해가 커지면, 놈들의 의도대로 된다.」 공민들은 더이상 혁명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공단은 다시 공작의 명령에만 따를 것이고, 아일렌의 공민회는 고립되겠지. 그렇게 둘 수는 없다. 그러니, 나는 다른 수(手)를 둬야 한다. 짧게 숨을 들이켠 내가 아일렌을 부르려는 순간. “이쪽이다! 나를 죽여라!” 건물 뒤편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마르크였다. “여기다! 내가 경호관이다!” 사색이 된 장하영이 함께 외쳤다. “망할! 뭐하는 거야 주인장!” 성급한 판단이었고, 올바르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내가 경호관이다! 나를 죽여라!” 아일렌과 장하영이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나는 이미 마르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처형관]들도 함께 달리고 있었다. [경 호 관.] 마르크의 도발은 잘 먹혀들었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처형관]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으니까. [경 호 관 을 죽 여 라.] 나는 [책갈피]를 발동해 [바람의 길]로 녀석들을 밀쳐내며, 빠르게 마르크를 향해 달려갔다. 창백해진 마르크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전용 스킬, ‘등장인물 일람’을 발동합니다!] + <등장인물 요약 일람> 인물 : 마르크 제비어 전용 특성 : 차원이동자(영웅), 퇴역한 S급 용병(희귀), 일류 요리사(희귀) 배후성 : 없음 전용 스킬 : [요리 Lv.9], [재료 다듬기 Lv.8], [낡은 정의 Lv.4], [소드 댄스 Lv.9], [(비공개 스킬) Lv.1]······. * 해당 화신은 시나리오에서 특수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시나리오 패널티로 스킬 일부가 비공개 처리됩니다. + 사실 아일렌에게 말했던 것과는 달리, 내 [등장인물 일람]으로도 시나리오의 ‘포지션’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특수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포지션으로 말미암아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한순간의 꿈이었군······.” 게인츠 행성의 차원이동자, 마르크 제비어. 퇴역 용병으로 마계에 와서 요리사가 된 사내. 시나리오에 존재하는 모든 인물들에게는 그 이유가 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낫을 보며, 마르크가 나를 향해 웃었다. “꼭 성공하길 바라네, 혁명가.” 나는 그의 삶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 그는 ‘멸살법’에서 무수히 나고 죽는 일개 조연에 불과하니까. [세이스비츠의 ‘처형관’이 ‘마르크 제비어’에게 죽음의 표식을 남겼습니다.] [‘마르크 제비어’가 ‘밤’의 희생양으로 지목됩니다.] 무려 3149편에 달하는 ‘멸살법’. 어떤 사람들은 아마 그 이야기를 길다고 생각할 것이다. 길고, 지루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김독자에게, 3149편은 짧았다.」 나는 언제나 생각했다. ‘멸살법’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많은 편수를 읽었어도, 나는 여전히 ‘멸살법’이 궁금했으니까. “걱정 마. 당신은 안 죽어.” 그러니 나는, 이제부터 내가 못 읽은 부분을 읽을 것이다. “비키게! 내가 죽지 않으면······!” 마르크가 당혹감 어린 얼굴로 외쳤다. “왜 다들 죽지 못해서 안달이야? 아무도 죽지 않아. 적어도 내 ‘설화’에서는.” 나는 다가오는 [처형관]들을 막아서며, 스킬을 발동했다. [전용 스킬, ‘책갈피’를 발동합니다!] [‘책갈피’의 숙련도가 증가하여 새로운 슬롯이 활성화되었습니다.] “6번 슬롯에 ‘혁명의 기사 마르크 제비어’를 넣겠다.” [등장인물 ‘마르크 제비어’가 6번 책갈피에 등록되었습니다.] [6번 책갈피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비공개 스킬 Lv.1」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질끈 눈을 감는 마르크의 목을 향해 꽂히는 처형관의 낫. [당신은 일시적으로 ‘경호관’의 직위를 획득하였습니다!] 하지만, 내쪽이 조금 더 빨랐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명력을 사용해 ‘마르크 제비어’를 경호합니다.] 까드드드드드득! 마르크의 목까지 정확히 한 뼘을 남겨둔 자리에서, [처형관]의 낫들이 삐걱거리며 멈춰서고 있었다. 마치 그물에라도 걸린 것처럼 멈춰선 낫들. 그 광경의 의미를 아는 마르크가 눈을 부릅 떴다. [경호가 성공하여 죽음의 표식이 해제되었습니다!] 물론, 경악한 것은 마르크만이 아니었다. [경 호 관 이 또 있 다 고?] 불신 가득한 목소리. [처형관]들이 하나 둘 어둠 속으로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목적과는 달리 아무도 죽이지 못하고 사라지는 처형관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넘긴 듯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자, 살아남은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찢어질 듯한 눈으로 나를 보는 장하영과 아일렌. 표정들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오늘 밤에는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 예상대로 장하영과 마르크는 쉬지도 않고 나를 들들 볶았다. “너 뭔데 진짜?” “대체 자네는 포지션이 뭔가? 실은 [경호관]이었던 건가?” 공민들을 돌보러 간 아일렌까지 있었다면 더 괴로웠겠지. 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한숨처럼 말했다. “말했잖아. 난 ‘가짜 혁명가’라고. 그러니 ‘가짜 경호관’도 될 수 있겠지.” “그걸로 지금 설명이 될 거라고······!” “그냥 넘어가줘. 자세한 걸 말해주면 밑천이 다 드러나잖아. 이런 시국에 함부로 정보를 공개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당신들이 더 잘 알 텐데?” “······.” “내가 당신들한테 정보를 말해준다고 쳐. 만약 당신들 중 누가 납치라도 당해서 공작에게 내 정보를 술술 불어버리면, 이 혁명은 어떻게 끝날 거라고 생각해?” 사실 내 말은 중후반 회차의 유중혁이 설명이 귀찮을 때 자주 하는 변명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실제로 유중혁이니까 이렇게 말해도 별 상관 없겠지. “나는 그냥 유중혁이야. 그렇게만 기억해 둬.” 「김독자는 생각했다. 자꾸 말하다 보니 정말로 유중혁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끄러워. 「존댓 말 하 는 김독 자 가 그립 다.」 내가 [제4의 벽]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두 사람은 질렸다는 눈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정말 곤란한 작자로군.” 지금쯤 지구에 있는 유중혁의 귓가에도 메시지가 들어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짐작컨대, 이런 메시지가 아닐까? [73번째 마계에서 당신에 대한 설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똑똑한 녀석이라면 적당히 무슨 일인지 눈치 채겠지만, 뭐 몰라도 상관은 없다. 대충 분위기가 진정되자, 나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보다 일에 대해서 얘기하자고. 분하지만 저쪽에 지금 내 예상을 깨는 존재가 있어. 게임의 룰을 이용해서 공격해오는 녀석이 있다고.” “······세이스비츠의 후작들은 책략가는 아니라고 들었네. 혹시 공작이 직접 움직였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아. 아무래도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 “그래도 오늘 밤은 잘 넘겼잖은가. [경호관]의 힘을 쓸 수 있는 게 두 사람이나 된다면 상황은 우리한테 더 유리한 것 같은데?” “마냥 그렇지도 않아. 이대로라면 내일부터 녀석들은 ‘표식’을 사용하지 않을 거야.” “뭐?” “어차피 누군가를 죽이는 게 어렵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다치게 만들테니까.” “아······!” 표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밤]은 해가 뜰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오늘 밤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쳤어. 우리는 이긴 게 아니야. 진 거지.” 오늘 사람들은 [처형관]의 공포를 다시금 학습했다. 내일이 오면 사람들의 태도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공작]을 두려워하고, 혁명을 무서워하겠지. 그리고 적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표정이 한결 어두워진 마르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부턴 어떻게 해야 하겠나?” “어떻게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아마 저쪽에서 먼저 움직일 테니까.” 나는 ‘멸살법’을 통해 무수한 ‘혁명가 게임’을 보아왔다. 그러니 이런 식의 전개라면 다음 전개는 확실하다. “슬슬 ‘두 번째’ 포지션이 나타날 거야.” “두 번째?” “그래. [혁명가]나 [경호관], 그리고 [처형관]이 아닌 다른 포지션이.”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아일렌이었다. “······혁명가, 누군가가 찾아왔어요.” 묘하게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이미 적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자신이 [스파이]라고 말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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