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142화
괴수들은 서울 외곽쪽에서 몰려온다.
아마 그쪽에 게이트가 생성되고 있을 것이고, 네 시간 간격으로 괴수들의 등급은 급상승할 것이다.
즉,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길어봐야 여덟 시간.
나는 그 안에 니르바나를 유인해 유중혁과 대결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저한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일행들을 내버려 두고 ‘도깨비 통신’을 통해 비형을 불렀다.
하지만 돌아온 목소리는 영기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비형 어르신께서 지금 좀 바쁘셔서······.]
비형 자식, 슬슬 진급 시즌인 모양인데 이따위로 나온다 이거지?
자기가 그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은혜도 모르는 놈이다.
간만에 실적 좀 올려 주려고 했는데, 제 발로 복을 걷어 차는구만.
―이번에 신규 시나리오 특집 랜덤박스 나왔지?
[옙. 나왔습니다.]
―그거 열 개만 살게.
당연히 좋다구나 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영기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랜덤 박스 확률은 극악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으니까 팔아.
도깨비 자식이 대체 뭘 걱정하는 건지.
저 녀석 저래서 살아 남을 수 있으려나?
[‘메인 시나리오 # 8 특집 랜덤 박스’를 10개 구매하였습니다!]
[30,000코인을 지출하였습니다.]
―그만 가봐.
[옙. 그럼 이야기의 가호가 있으시기를.]
영기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허공에서 반짝이는 열 개의 박스들이 내려왔다. 커다란 물음표가 쓰여져 있는 알록달록한 박스들.
곁에 있던 이길영이 물었다.
“형, 그거 게임에 나오는 거죠? 까면 랜덤으로 좋은 거 나오는······.”
이럴 땐 어린애들 눈치가 제일 빠르다.
“그래, 그거 맞아.”
[랜덤 박스].
극악한 확률로 SSS급 무기와 SSS급 스킬들을 얻을 수 있는 도박성 아이템. 눈먼 성좌들을 등 처먹기 위해 도깨비들이 고안한 호구 전용 아이템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런 박스를 내가 왜 샀냐고?
[성좌, ‘해상전신’이 당신에게 약간 실망합니다.]
[성좌, ‘해상전신’이 장수의 기본은 청렴함에 있다 말합니다.]
[성좌, ‘대머리 의병장’이 사치를 경계할 것을 조언합니다.]
[성좌, ‘매금지존’이 그런 걸 살 코인이 있다면 자신에게 기부할 것을 원합니다.]
매금지존의 메시지에 민지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다.
“저, 죄송해요. 제 배후성이 좀······.”
“괜찮습니다. 사실 가성비가 좋은 상품은 아니니까요. 그보다 다들 모여 보세요. 기분도 전환할 겸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주신다고요? 공짜로요?”
“예. 대신 상자를 열면 나오는 메인 아이템들만 가지시고, 소모품으로 나오는 보조 아이템은 저한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는 코인을 받고 팔까 생각도 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나와 어느 정도 유대가 쌓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전력이 강해지면, 내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러니 결코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공짜라는 말에 화색이 된 이지혜가 제일 먼저 상자를 낚아채 갔다.
“와, 짠돌이 아저씨가 웬일이래······ 잘 쓸게 아저씨!”
이어서 공필두와 이길영도 상자를 하나씩 받았다.
“형, 저 SSS급 뜨면 어쩌죠?”
“확률이 0.00001 퍼센트도 안 될 텐데, 좀 힘들걸.”
“······진짜요?”
“다 상술인 거지. 오늘만 속는 셈 치고 까봐.”
유중혁은 그런 내 모습을 유심히 노려보더니 말했다.
“김독자. 설마 거기서 나온 아이템으로 니르바나를 상대하겠다든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뭐, 비슷한데 왜?”
“······한심한 계획이군.”
자기도 상자 받아가고 있는 주제에 이 자식이 진짜······.
마지막으로 내게 상자를 받아간 것은 신유승이었다.
“넌 두 개 줄게.”
깜짝 놀란 신유승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요?”
“그래.”
잠시 머뭇거리던 신유승이 내게서 상자들을 받았다. 어쩐지 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서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제가 이런 걸 받을 자격이······.”
그제야 어린 신유승의 과거가 떠올랐다.
아마 이건 신유승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일 것이다.
이 빌어먹을 ‘멸살법’에는 전개를 위해서인지 그런 편의적인 설정을 가진 인물들이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의 편의는, 곧 누군가의 진짜 불행이 된다.
나는 눈을 닦는 신유승의 손에 상자를 쥐어주었다.
“받아. 넌 내 화신이잖아. 충분히 받을 자격 있어.”
얼굴이 발갛게 물든 채 진심으로 좋아하는 신유승을 보고 있자니, 진즉에 아이를 못 챙겨 준 것이 후회가 되었다.
배후성인 내가 아직 ‘성좌’의 자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신유승은 [성흔]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 아이를 거두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나로 인해, 오히려 이 아이가 불행해지는 건 아닐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아이를 지킬 것이다.
“그럼 다들 한 번 까보죠. 기분 전환한다고 생각하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메인 시나리오 # 8 특집 랜덤 박스’를 사용하였습니다!]
[‘엘라인 숲의 정기’ 2개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럭저럭 쓸만한 부츠 (E)’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기타 소모품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럼 그렇지. 나오는 거라곤 소모품에 E급 아이템 뿐.
다른 일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랜덤 박스는······.
[축하합니다! 누군가가 0.00001%의 확률을 돌파하였습니다!]
웅장한 축하음과 함께 허공에서 터지는 폭죽.
고개를 돌려 보니,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의 신유승이 보였다.
······설마? 진짜로?
“아, 아저씨?”
신유승의 손 위에, 찬란한 빛을 흩뿌리는 작은 열매가 놓여 있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하자, 아이템의 정체는 명확해졌다.
맙소사, 저걸 얻다니.
······대체 내 화신은 얼마나 운이 좋은 거야?
상황을 지켜보던 유중혁도 조금 놀란 듯했다.
“좋은 걸 얻었군.”
SSS급 아이템, [고대 야수의 열매].
0.00001 퍼센트의 확률로 나오는 SSS급 중에서도 가장 극악한 확률로 나오는 아이템이 바로 저 [고대 야수의 열매]였다. 비록 소모성 아이템이긴 하지만, 그 값어치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SSS급 이상일 수 있었다.
“네가 길들일 수 없는 괴수에게 이 열매를 먹이면 길들일 수 있게 될거야. 축하한다. 아껴뒀다가 쓰면 좋겠구나.”
[길들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신유승에게 이것보다 좋은 아이템은 없었다. 1급종 이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괴수에게 이걸 쓴다면, 이번 회차의 신유승은 41회차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짝이는 눈으로 열매와 나를 번갈아 보던 신유승이 물었다.
“아저씨, 근데 이거······ 괴수한테만 쓸 수 있는건가요?”
“아마도. 그건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를 보던 신유승이 귀엽게 얼굴을 붉히며 내 눈을 피했다.
곁에서 침을 질질 흘리던 이길영이 달려들었다.
“야, 그거 나 주면 안돼? 내 티타노 줄게.”
“난 곤충 싫어.”
그 모습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던 이지혜가 말했다.
“아저씨, 근데 이거 왜 한 거야? 진짜로 기분 전환하려고?”
“당연히 아니지. 상자 까면서 나온 소모품들 일단 줘봐.”
애초에 내가 얻으려고 한 것은 상자의 메인이 아니라 보조로 나오는 소모품들이었다.
[‘확성기 (돔 채널용) X 4’를 획득하였습니다!]
[‘확성기 (일반 채널용) X 4’를 획득하였습니다!]
[‘확성기 (지역 전용) X 2’를 획득하였습니다!]
그제야 유중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겠군.”
[확성기].
옵션에 따라 특정한 채널이나 전체 구역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유용한 소모품.
“하지만 그 녀석이 고작 말 몇 마디 한다고 나올 리가······.”
“중요한 건 무슨 말을 하느냐지.”
나는 [확성기]를 사용했다.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 볼까.
나는 니르바나의 주목을 끌만한 서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 시각, 니르바나는 임시 교단의 거처에 있었다. 고요히 눈을 감은 니르바나를, 관세음보살 동상이 무표정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원망하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니르바나가 외는 것은 분명 그런 의미를 담은 구절이었으나, 교리는 음성으로 퍼지지 않았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갔다.
전신에 날카로운 스파크가 튀었고, 잠시 후 그의 눈동자가 하얗게 돌아가며 메시지가 들려왔다.
[새로운 스킬을 계승하였습니다!]
그제야, 니르바나가 눈을 떴다.
“······무리했군.”
그의 성흔인 [계승]은 사용 시 상당한 개연성을 소모한다. 때문에 환생을 통해 쌓아온 ‘이야기’를 성좌들에게 공헌해 개연성을 제공받지 않으면, [계승]은 사용할 수가 없다.
‘이야기를 너무 많이 빼앗겼다.’
사라진 과거가 아쉬웠지만, 니르바나는 금방 평정을 되찾았다.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워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이다.
기운을 갈무리한 그는 걸음을 옮겨 교단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심처로 향했다. 얼마간 지하로 내려간 뒤 복도를 지나 문을 열자, 온화한 불이 밝혀진 방이 나타났다.
앤티크한 분위기의 테이블과 더블 침대가 놓인 방. 음습한 지하답지 않게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진, 제법 공들인 티가 나는 방이었다.
“기다리게 했군. 그럼 오늘도 시작해 볼까?”
방의 테이블에는 나이 차가 나는 두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사라졌던 ‘방랑자들의 왕’ 이수경과 유상아였다. 이수경은 곁에서 눈이 풀린 채 허공을 응시하는 유상아를 흘끗 보며 물었다.
“이 아이에게 건 스킬은 언제 풀어줄 거지?”
[사상 감염].
벌써 몇 주가 흘렀음에도, 유상아는 아직까지 저항하고 있었다.
니르바나가 싱긋 웃었다.
“내가 풀어주는 게 아니야. 본인이 풀어야지.”
니르바나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미련한 일이군. ‘현재를 살겠다’라고 선언하기만 하면 될 것을, 저렇게까지 저항하고 있으니.”
“짧은 생을 살기에 과거의 가치가 다른 것이지.”
“짧은 생을 살기에 현재에 더 가치를 둬야 하는 것이다. 죽음의 축복을 받았음에도 그 가치를 모르는 미욱한 존재여.”
“네 멋대로 타인의 ‘현재’를 재단하지 마. 그녀는 충분히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현재’를 모르는 것은 오히려 윤회의 시간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네 이야기겠지.”
“잊지 마라. 너를 살려두는 건, 어디까지나 네 ‘이야기’에 가치가 있을 때까지니까.”
그 협박에도, 이수경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다.
마치 천일야화에 나오는 셰헤라자데처럼.
천천히 다가온 니르바나가 테이블의 의자를 꺼내 앉았다.
“오늘은 꼭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다.”
“무엇을 알고 싶지?”
“‘김독자’라는 화신.”
빙긋 웃던 이수경의 입술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난 모르는 화신이야.”
“시치미 떼도 소용 없다. 그 녀석이 네 아들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중립’ 녀석이 가르쳐 주었지.”
“······그 애랑 나는 어릴 적에 헤어졌어. 나는 그 애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몰라.”
“그건 들여다 보면 알겠지.”
니르바나의 뒤쪽에서 환한 법륜(法輪)이 팽그르르 돌아가기 시작했다.
법륜 안에서, 천수관음의 손이 뻗어 나왔다.
거대한 손은 정확히 이수경의 머리를 덮었다.
이수경은 그 손이 기분 나쁜 듯 노려보았다.
“기억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 곁의 여자는 죽을 것이다.”
“유치한 협박이야.”
“그 유치한 협박에 너는 그간 굴복해왔지. 그게 인간이라는 존재다.”
이수경은 멍한 눈을 한 유상아를 가만히 바라보다 한숨처럼 말했다.
“······맘대로 해.”
[전용 스킬, ‘인연생기(因緣生起) Lv.6’를 발동합니다!]
천수관음의 손이 이수경의 머리를 굳게 파고들었다. 이수경의 이야기가 흘러나와 니르바나의 이야기에 얽혀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하나’가 된다는 감각. 니르바나는 그 감각에 몸을 떨었다. 씹고, 맛보고, 뜯고, 즐기고. 그는 진정으로 이야기를 미식하며 <스타 스트림>의 섭리에 다가서는 중이었다.
“매번 놀랍군. 어떻게 인간이 필터링 된 미래의 정보들을 가지고 있지?”
이수경은 필사적으로 기억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그녀가 김독자에게 들었던 단편적인 미래의 지식들은 인연생기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니르바나에게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흥미롭군. 이것이 ‘김독자’의 본질인가.”
“······.”
“슬픈 어미로군. 자식에게 거짓말을 했어. 스스로의 독단으로 자식의 삶을 기만하다니.”
이수경의 표정에 차가운 분노가 떠올랐다.
“너는 그 아이에게 이길 수 없을 거야.”
“······흥미로운 화신이란 건 인정하지.”
그에게 무리한 ‘계승’을 강요할 정도의 화신.
하지만 고작 인간. 거기까지일 뿐이다.
허공을 쩌렁쩌렁 울리는 메시지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구원교주, ‘니르바나 뫼비우스’에게 대결을 신청한다.】
놀란 니르바나가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김독자의 확성기.
기다렸다는 듯, 이수경이 말했다.
“그 애는 강하고 현명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자기가 가장 잘할 줄 아는 게 뭔지 알지.”
【대결 장소는 오늘 오후 2시, 광화문이다. 대결자는 패왕 유중혁. 최강에 가장 가까운 두 사람이 싸우고, 최강을 가림으로써 서울 돔을 지킬 것이다. 네가 정말로 ‘현재’를 살고 있다면, 이 대결을 피하지 마라.】
무려 ‘현재’를 구실로 삼다니. 그가 진짜 ‘구원교주’라면 피해갈 수 없는 대결이었다. 게다가 전체 확성기를 사용한 영리함도 놀라웠다. 만약 이 대결을 피하면, 그는 서울 돔의 모든 화신들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구원교도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함정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가는 것은 바보 짓이었다. 니르바나가 웃었다.
“도발은 제법이군. 그런데 이걸 어쩌나? 어차피 내 목적은 ‘시나리오의 클리어’가 아니란 말이지. 내 목적은 위대한······.”
【물론 네 ‘위대한 계획’에 이 대결의 승낙은 들어 있지 않겠지. 하지만.】
이어진 김독자의 말에, 니르바나가 벙어리처럼 굳었다.
【만약 네가 지금 온다면, ‘유중혁’과 하나가 될 기회를 주겠다.】
파츠츠츳!
얼마나 놀랐는지, 니르바나는 사용 중이던 [인연생기]의 끈을 놓쳐버릴 정도였다. 분노와 경이, 그리고 알 수 없는 치욕감 속에 니르바나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짓씹었다.
이수경은 연결된 끈을 통해 니르바나의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위대한 하나와 결합하고 싶은, 더 커다란 이야기를 향한 욕망.
그런 욕망을 비웃듯 이수경이 웃었다.
“네가 질 거라고 했잖아.”
*
【좋다.】
니르바나의 답변은 금방 돌아왔다.
정말 될 줄은 몰랐다는 듯, 일행들은 하나같이 벙찐 얼굴들이었다.
나는 어지러운 시야를 휘휘 저으며 일어났다.
“독자 씨, 어떻게······ 아니, 그보다 괜찮으세요?”
민지원은 내 왼쪽 눈에 든 시퍼런 멍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아까 유중혁의 이름을 팔 때 유중혁에게 맞은 흔적이었다.
나는 눈두덩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 자식 벌써 갔나요?”
심지어 잠깐 기절까지 했다.
젠장, 그 무식하게 힘만 센 놈.
“답변 들려오자마자 출발했어요.”
“그럼 우리도 가죠.”
모처럼 다 같이 모인 까닭인지, 이길영은 어딘가 신난 표정이었다.
“독자 형, 그래도 이번엔 다 같이 싸우게 돼서 다행이에요.”
“그래.”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니르바나는 분명 새로운 스킬을 계승했을 것이고, 이전처럼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유중혁도 다시 방비를 했으니, 이제 싸움의 승패는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들의 싸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진짜 문제는, 내 머릿속에서 아까부터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 메시지였으니까.
[당신은 현재 서울시 최강의 화신입니다.]
······자, 이제 어떡한다?